동화책과 소설책에서 만났던 무민의 원화 전시가 서울·대구에 이어 창원에서 개막했다. 국내 마지막 전시다.

핀란드 국민작가로 불리는 토베 얀손(1914~2001)이 만든 '무민'은 하얗고 동그랗다. 하마를 닮은 듯하지만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트롤을 귀엽게 형상화했다.

캐릭터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 무민은 상냥하고 낙천적이다. 토베 얀손은 무민을 중심으로 모험을 좋아하는 '무민파파'와 자상한 '무민마마', 힘이 넘치는 무민의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 등을 그리며 따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현재 <무민 가족과 대홍수> 등 무민 시리즈가 여러 언어로 출간되어 읽히고 있다.

<무민 골짜기의 겨울> /창원문화재단

창원 3·15아트센터 1·2층 1~3전시실에 들어서면 온통 무민이다. 모험을 하고 숲을 거닐고 가족과 노는 무민이 액자 속에 펼쳐져 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초기 스케치와 표지 작업, 무민 저작권사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 등 70여 년의 무민 연대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내걸린 무민 원화, 오브제 등 300여 점을 들여다보면 점차 성장하는 무민 가족과 그의 친구들이 툭 튀어나온다. 전시장에 내걸린 그림들은 손바닥만 하다. 토베 얀손이 초기에 출간한 책들이 작았기 때문이다. 또 펜으로 드로잉한 게 대부분이라 색감도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원화를 쓱쓱 훑기보다 집중해 보는 게 좋다.

'스웨덴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캠페인 포스터. /창원문화재단

무엇보다 그저 '귀엽다'라고 스치면 참 아쉽다. 무민 시리즈는 보편적인 동화책이 아니다. 1945년에 발표한 <무민 가족과 대홍수>, 1946년에 나온 <혜성이 나타났다> 등 초기 시리즈는 종말론적 분위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잔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민을 그렸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많은 위협적인 존재들이 등장하지만 언제나 행복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고 아주 일반적이지 않다.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아주 착하기만 하지 않고 무민 가족을 곤경에 빠뜨리는 친구들도 마냥 나쁘지 않다.

누구나 한 면만 지닐 수 없고 모두 다르듯 무민 이야기는 여러 친구를 통해 공존과 존중의 가치를 강조한다.

무민 원화전 전시장. /이미지 기자

"나는 그때 난생처음 친구를 사귄 거야. 그래서 내 삶은 정말 새롭게 시작된 거란다." <무민파파의 회고록> 중 말처럼 서로 다르므로 사랑과 우정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작가는 여러 책을 어린이들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래서 자신을 등장시켜 하고자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무민 동화책 속 여러 캐릭터 가운데 비프슬란은 작가 자신을 본떠 만든 캐릭터다. 비프슬란은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 등에 나오는데 슬퍼하는 무민을 위로한다. 이 책은 대인관계, 정의와 도덕에 관한 의문과 교훈을 담았다.

작가 토베 얀손(왼쪽)./창원문화재단

이렇듯 '무민 원화전'에는 앙증맞고 예쁜 그림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철학을 담고 있다. △무민의 탄생, 신화에서 소설로 △무민, 전성기를 맞이하다 △무민 오리지널 카툰 △무민, 책 속에서 세상 속으로 △아티스트 토베 얀손 △무민 체험존 등으로 구성한 전시장에서 전쟁의 아픔을 창작으로 풀어낸 작가의 정신을 만나길 바란다.

전시는 9월 26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단체 전용)·오후 2시·4시 30분에 도슨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입장료 성인 1만 2000원, 중·고등학생 9000원, 어린이 7000원. 오디오 안내 3000원. 문의 055-719-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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