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급식 진단] (하) 교육청 대책은?
학생 기호·영양 맞춤식단 컨설팅
식품비 단가 올려 양질재료 공급
급식지원센터로 식품 안전 보장
학부모, 급식설명회 소통 제안

그동안 학교급식 정책은 '학생이 어떤 음식을 먹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한 관심보다 무상급식, 위생, 안전, 시설, 인력 관리 등에 집중됐다. 학생 처지에서 학교급식은 식판에 담긴 음식이 전부다. 그렇다 보니 부실급식 지적 내용은 식단 구성·맛·양·친절함 등과 연결된다.

◇학생들 눈높이 식단 컨설팅 =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급식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겉절이와 김치는 학생 처지에서는 1개 반찬이나 마찬가지예요. 기호가 낮은 생선 섭취는 선호하는 조리법인 튀겨서 강정으로 제공하면 좋아요."

도교육청은 식단 컨설팅을 기획해 학교급식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식단 관리에 대한 전문교육이나 지원 시스템 없이 영양사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민원이 제기되면 영양사는 학교급식 본래 취지를 떠나 학생들 기호를 우선하는 식단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건강·맛·영양을 충족하는 우수한 식단 구성 방법과 다양한 조리법을 공유하는 것이 식단 컨설팅의 목적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에 학교급식 공모대회, 영양놀이마당 등 놀이와 체험을 통해 급식을 이해하고 즐기는 '학교급식 프리 페스티벌'을 열었다. 페스티벌에는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1500여 명이 참여했다. /경남도교육청

도교육청은 지난해 인식 개선에 큰 공을 들였다. 식단 구성을 고유 권한이라고 여기는 영양사들이 컨설팅을 또 다른 형태의 점검이나 평가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컨설팅은 문제점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식단 자료를 제시하고 영양사들이 분임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246개 학교가 식단 컨설팅에 참여했는데, 영양사들은 객관적으로 학교 식단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학교별 식단 검토·메뉴 개발·통합 인사(초·중등 전보자) 지원 등을 추가해 시스템으로 급식 질 상향 평준화를 이끌 계획이다.

◇식품비 단가 인상 추진 = 도교육청은 7년간 제자리걸음인 식품비 단가를 인상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학교급식 경비 지원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지난 16일 중간보고회를 했다. 무상급식 확대와 2014년 중단 사태를 거치면서 식품비 단가는 2012~2017년 7년간 8.1% 오른 소비자 물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식품비에 맞춰 음식재료를 조달하다 보니 현장에서도 급식 질 저하 우려 목소리가 제기됐다.

2012년 대비 2017년 초등학교 급식비는 전국 평균 695원 증가했다. 충북은 1472원, 충남은 1387원 올랐지만 고작 33원 오른 경남은 전국 꼴찌였다. 중등 급식비 증가율도 경남은 전국 15위로 하위권이다.

도내 학교장 542명, 행정실장 728명, 영양(교)사 808명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실태조사를 한 결과, 74.6%가 식품비 단가가 낮다고 했다. 특히 영양사 10명 중 9명(88.8%)이 이같이 응답했다. 또한, 다양한 식품 선택과 식단 구성 어려움, 친환경 우수 음식재료 사용에 영향을 받는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 = 경남도와 시·군, 의회 협력이 필요한 건 식품비 단가 인상 건만이 아니다.

지역 생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같은 조달 체계도 미약하다. 지원센터는 농작물 하나하나 품질 등급과 농약 잔류 검사를 거쳐 안전한 식품을 학교에 전달하는 물류센터 기능을 한다. 학교급식법에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돼 있지만 김해시와 거창군 2곳만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16개 시·군 학교는 영양사가 음식 재료를 눈으로 검수하는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먹을거리 안정정책에 학교급식지원센터 기능을 통합한 '공공급식지원센터' 설치가 포함돼 있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의지를 보이는 시장·군수가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면서 급식지원센터 건립이 늘 전망이다.

◇학교-학부모 소통 중요 = 학교 운영 과정 등 설명회는 이뤄지고 있지만 급식 설명회를 하는 곳은 드물다.

한 학부모는 "식품비 단가, 식단 구성 주안점, 식품 조달, 배식 과정 등 학부모가 사전에 인지하면 이해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 학부모가 이런 정보를 쉽게 찾아보긴 어렵다. 매달 식단 안내장에 급식 관련 주제를 정해 친절하게 설명하면 급식 신뢰가 차츰 쌓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대순 교육복지과 사무관은 "실제 학교 급식소를 찾으면 조리원들은 오징어 하나도 질겨질까 봐 키위를 넣어보고, 영양사들도 한 달 식단을 짜며 5~6번 바꿔가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이들의 수고를 알고 단체 급식의 부족함을 조금 이해했으면 한다"며 "개인 선호도를 일일이 맞출 수 없지만 올바른 식습관 형성이라는 학교급식 취지에 흔들리지 않고 질적 개선과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겠다"고 말했다.<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