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주인권기념관 서울 조성 계획 밝혀 무산 가능성
도지사·시장 약속…시 "아직 미확정 끝까지 노력할 것"

한국 민주주의 전당(이하 전당) 창원(마산) 유치가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옛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 6·10 항쟁 31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는 고문과 불법 감금, 장기 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며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인권기념관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를 비롯해 공공기관과 인권단체, 고문 피해자, 민주화 운동 관계자 등이 조성해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행정안전부가 내년 초 경찰청으로부터 남영동 대공분실 관리권을 넘겨받고 나서 사업회에 민주인권기념관 관리를 위탁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언급하고 있다.

전당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6조 1호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 및 운영' 조항을 근거로 추진돼왔다. 사업회는 2013년 11월 역사적 상징성과 민주도시로서 정체성을 지닌 서울과 창원(마산), 광주 삼각 축에 전당을 건립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사업회는 그러나 2016년 1월 당사자인 창원과 광주 유치위원회와 별도 협의 없이 협약을 무효로 한다는 이사회 결정을 일방통보한 바 있다.

이에 사업회가 앞으로 설립될 민주인권기념관을 법 조항 속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규정한다면 전당 설립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발언과 정부 방침이 알려지자 광주시는 민주인권기념관이 사실상 전당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유치를 포기했다.

광주지역 언론 보도를 보면 시는 옛 교도소 자리에 추진 중인 '민주인권기념파크'를 시 사업에서 정부 사업으로 격상시키고, 콘텐츠도 민주주의 전당이 유치됐을 때 담고자 한 내용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잠정 확정했다.

창원시는 그러나 사업회가 민주인권기념관이 전당을 대체하는 시설이라고 확답하지 않은 만큼 유치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유경희 시 사회복지과 민주성지담당은 "광주지역 언론 보도 후 민주인권기념관이 법에 근거한 '민주화운동기념관' 역할을 할지를 확인했으나 사업회는 아직 명확한 태도를 정하지 않은 모양새"라며 "(알려진 것과 달리)행정안전부도 뭔가 뚜렷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당 창원 유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허성무 창원시장 공동 공약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10일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유치에 함께 힘 모으기로 약속했다.

대(對)시민 약속인 만큼 시는 유치 활동을 접기 이르다는 판단이지만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유 담당은 그럼에도 "법 6조 1항은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말하지 '설립'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며 "민주인권기념관이라는 게 이미 지어진 남영동 대공분실을 사용하는 만큼 '건립'이 아닌 데다 87년 민주항쟁하고만 연관돼 있다. 1960년 3·15의거와 4월 혁명, 1979년 마부(馬釜) 민주항쟁, 87년 민주항쟁을 관통하는 마산 민주화 운동 역사에 비견하기 어려워 사업회나 행안부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창원시 핵심 관계자는 "전당 창원 유치는 김 지사와 허 시장 공동 공약인 만큼 대통령 면담 등 전방위적으로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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