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속 야외공연까지
꾸준히 이어진 관람객
'믿고 보는 극단 벅수골'
지지 속에 생활 축제로

통영연극예술축제(Tongyeong Theatre Art Festival·TTAF)가 지난 13일에서 22일까지 열흘 일정을 끝냈다. 올해 열 돌을 맞은 축제는 미세하나마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었다. 예산도, 인력도 압도적인 통영국제음악제에 비해도 그리 초라해 보이지 않았던 행사였다. 전체적으로 축제는 통영 극단 벅수골의 연륜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오랜 신뢰가 만나 일종의 생활 축제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대표적이 사례가 꿈사람나눔스테이지 무대를 들 수 있다. 이는 축제 부대행사로 지난해까지는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진행하던 무료 공연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남망산공원 통영시민문화회관 앞 통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다를 배경으로 오롯이 공연 자체를 위한 무대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물론 강구안에서 하면 관객이 평균 400~500명씩은 찾는다. 올해 남망산공원 무대를 찾은 관객은 하루 최고 150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 더운 여름날 남망산공원 오르막을 꾸역꾸역 올라 공연을 본 이들이다. 벅수골이기에 믿고 찾는 마니아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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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을 받은 김성배 작가(오른쪽)와 시상자 강석주 통영시장./이서후 기자

축제 기간 통영을 찾아 작품 3편을 관람했다. 가족극인 <공부 짱 댄스 짱>(이선희 작, 김제훈 연출)과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김경익 작·연출), 폐막작인 <연못가의 향수>(신은수 작, 장창석 연출)다.

어린이를 위한 연극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연 전부터 왁자한 객석, 이런 분위기에서 무리 없이 공연이 될까 싶었다. 하지만, 막이 오르자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노래와 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가족극은 관객의 참여를 이끄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연스레 공연과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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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연극예술축제 공연장을 메운 관객들./이서후 기자

그렇다고 내용이 유치하지도 않았다. 세상을 망치는 것도 인간이지만, 결국 세상을 구해야 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메시지(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나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각자 재능을 살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공부 짱 댄스 짱)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폐막작품은 <연못가의 향수>는 지난해 희곡상 수상작이어서 그런지 이야기와 인물들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작품 한 편으로 윤이상 선생의 삶을 순식간에 돌아보고 음미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지난 3월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통영으로 옮겨왔기에 더욱 의미가 더해진 공연이었다.

올해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은 김성배(46)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백합>이 받았다. 김 작가는 요즘 주목받은 희곡 작가 중 한 명이다. 현재 제주에 살며 열심히 작품을 쓰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집에 오래된 나전칠기 자개장을 보며 자랐는데, 몇 번 통영을 와 보고는 나전칠기를 소재로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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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연극예술축제 가족극 <갈매기에게 나른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통영연극예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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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연극예술축제 폐막작 <연못가의 향수>./통영연극예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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