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조 히트·볼티모어 촙 등 타구 상황따라 용어 달라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유서 깊은(?) 야구 용어도 많다.

처음 들었을 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하다가도 그 뜻과 유래를 알다 보면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 용어들. 이 중에는 '안타'와 관련한 용어도 많다.

레그 히트(leg hit)가 그중 하나다. 레그 히트는 말 그대로 발로 만든 안타를 말한다. 타자주자가 아웃되기 딱 좋은 내야땅볼을 쳤음에도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해 이를 내야안타로 바꿨을 때 레그 히트라는 말이 붙는다. 1루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크로스 타이밍은 덤. 보는 사람도 달리는 타자주자도, 상대 수비팀도 '쫄깃쫄깃'해질 수밖에 없는 게 레그 히트다. 레그 히트는 타석에서 1루까지의 거리가 오른손 타자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왼손 타자들이 많이 기록한다. 특히 삼진을 잘 당하지 않고 볼에 방망이를 잘 갖다 맞히는, 팀 톱타자들이 주로 선보인다.

밴조 히트(banjo hit)라는 말도 있다. 배트에서 '틱' 소리가 나며 제대로 맞지 않은 타구가 내야안타가 되었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여기서 밴조는 현악기 밴조를 연주할 때 나는 소리와 '틱' 하는 타구 소리가 비슷하다는 데서 따왔다.

볼티모어 촙(Baltimore chop)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을 크게 바운딩시키는 타법을 말한다. 이때 타자는 타구의 긴 체공시간을 이용, 내야안타를 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용어는 어디서 왔을까. 이는 189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장의 내야가 너무 단단해 도끼질하듯 배트를 내리치면 안타가 된다고 한 데서 나왔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당시 볼티모어 코치 존 맥그로는 운동장 관리인에게 홈 플레이트 근처를 딱딱하게 만들도록 지시, 발 빠른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볼티모어 장점을 끌어올렸다. 결과는 성공. 상대 내야 수비가 홈 플레이트를 맞고 높이 뜬 타구를 기다리는 동안 발 빠른 볼티모어 선수들은 '척척' 1루 베이스를 밟았다.

텍사스에서 나온 안타 용어도 있다. 빗맞은 타구가 내야수와 외야수 중간에 떨어지는 바람에 어느 야수도 잡지 못하고 행운의 안타가 되는, '텍사스 리거스 히트(Texas leaguer's hit)'다. 이 말은 1880년대 말 텍사스 리그에서 이 같은 행운의 타구가 자주 나오자 유행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타구 궤적이 마치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처럼 포물선을 그린다고 해서 '바가지 안타'라고도 한다.

야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야수끼리 서로 미루거나 양보해 아무도 처리하지 못했을 때, 이 덕분(?)에 타자주자가 출루하면 이는 신시내티 히트(Cincinnati hit)라 부른다. 용어 유례와 관련한 설은 두 가지다. 메이저리그 초창기에 신시내티 레즈팀 야수들이 이런 안타를 자주 허용해 생겼다는 것과 '미국 신시내티 사람들은 양보하기를 좋아한다'는 습성에서 따왔다는 것. 이유야 어떻든 양보의 미덕(?)이 낳은 산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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