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주 고통 이전과 달라지지 않아
서민의 마지막 생계보루 여전 씁쓸

나는 지난 2013년 5월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이야기'라는 연재기사를 8회에 걸쳐 썼다. 50대 편의점 가맹점주 김현우(가명) 씨가 주인공이었다.

김 씨는 직장생활 20여 년 동안 5억 원 넘는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피시방·곰장어 전문식당·돈가스집·통닭집을 하면서 믿었던 사람에게 돈을 떼이고, 또 사고로 몸을 다치기도 했다.

그는 거리에 내걸린 '점주님 모집합니다'라는 펼침막을 보고 고심 끝에 연락, 2012년 2월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점주가 되었다.

하지만 첫 달 그에게 쥐어진 돈은 고작 15만 원이었다. 이후에도 본사에 이것저것 떼이고, 알바비, 임대료 등을 주고 나면 순이익은 많아야 50만~60만 원 수준이었다. 김 씨는 돈도 돈이지만 △영업지원금 함정 △위약금 공포 △강제 발주 △폐기상품·재고조사 부담 △24시간 강제 영업 △겸업 금지 등 본사와의 불공정 계약에 분노를 느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약금 때문에 계약해지도 어렵다. 방법은 다른 사람을 찾아서 넘겨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 살자고 그 사람을 수렁에 빠트릴 수는 없지 않으냐…."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최근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문제, 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득 김 씨가 떠올랐다. 그가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벗어나 개인 슈퍼를 한다는 소식까지 들었던 터였다. 모처럼 연락해 보았다. 그런데 그는 다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하고 있었다.

"개인 편의점을 한동안 했는데,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지더라고. 소비자들은 이름있는 편의점을 더 찾으니까. 고민 끝에 결국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다시 돌아섰지…."

그는 현재 아르바이트생 없이 오롯이 혼자 편의점을 운영한다고 했다. 예전처럼 편의점을 24시간 열어놓는 것이 아니라, 밤에는 영업하지 않고, 낮에도 급한 일 있을 때는 문을 잠시 닫아둔다는 것이다.

"현재도 한 달 순이익이 100만 원 될까 말까 하다. 그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맘은 훨씬 편하다. 이제는 본사 눈치 안 보며 나 하고 싶은대로 한다. 무서울 것도 없다."

남석형.jpg

그럼에도 마음 같아서는 편의점을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눈치다. 60대에 들어서면서 젊은 시절 생각도 많이 나면서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인 듯했다. 그는 여행이나 다니며 한동안 좀 쉬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베트남인 아내, 그리고 12살 된 아들이 있기에 그러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 씨는 대화 중간중간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5년 전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부당한 갑질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한때 다른 점주들과 힘을 모아 맞서 싸우기도 했다. 그런데 벗어난 줄 알았던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스스로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김 씨로서는 그나마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테다. 그의 씁쓸한 웃음, 어렴풋이 짐작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