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러운 별세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유서를 통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짐작되지만 자세한 경위는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몫이다.

그의 별세는 보수 일변도의 한국 정치에서 큰 손실이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2004년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지금까지 3선을 거치며 활발한 의정활동에다 재치 있는 언변으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무엇보다 진보정당 소속 의원으로서 노동자와 서민 보호 등 진보적 가치에 충실한 법안들을 발의하는 데 힘을 쏟았고 정치개혁에 앞장섰다. 대체복무법안, 개인정보보호기본법안, 고교 무상교육 법안,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법안, 소득세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최근에는 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쓰이기 일쑤인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기득권 정치는 그의 정치 여정을 순탄치 않게 했다. '삼성 떡값'을 폭로한 일로 되레 의원직을 잃은 것이 그 예다. 진보정당 내분으로 당적을 여러 번 바꾼 것도 안팎으로 파란만장했던 정치 이력을 말해준다.

고인은 2016년 창원성산구 국회의원에 선출된 이후 주민에게 밀착하는 생활형 정치를 추구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정의당 시도의원들과 협력하여,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경남 도시가스비와 창원 쓰레기봉투값 인하를 추진한 것이 좋은 예이다. 이 중 도시가스비 문제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여 일부 인하된 바 있다.

지역 주민에게 이롭다면 초당적인 협력을 망설이지 않은 것도 그의 장점이었다. 쓰레기봉투값 인하를 위해 안상수 전 시장에게 도움을 구했으며, 창원시 정책에 일부 협조하기도 했다. 이 점에서 고인을 잃은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손실이다.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을 끌어오는 데 혈안이 된 국회의원은 많아도 주민의 쓰레기봉투값을 걱정하는 국회의원은 흔하지 않다. 고인의 별세는 거의 유일한 스타 진보정치인 한 사람을 잃은 것에 끝나지 않는다. 진보의 가치를 놓지 않으면서도 실사구시형 생활정치를 추진한 고인을 잃은 것은 한국 정치에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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