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죽음과 관련한 조사항목은 재산배분, 죽음준비, 장례방법, 연명치료, 자살, 재가서비스 등이었다.

이 조사는 노인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통해 노인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정책 시행을 통해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삶은 최종적으로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좋은 죽음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총체적으로 그 삶을 잘 산 삶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실태조사 항목이 3년마다 확장된 것도 좋은 죽음을 위한 폭넓은 정책수립의 일환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우리 사회는 최근 부모 사후 상속재산 분쟁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가족 간 우애와 평화가 깨어지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그러나 재산 배분에 대한 노인들의 생각은 자녀 균등배분 또는 경제 사정이 나쁜 자녀 등 막연한 구상 차원을 넘지 못한다. 왜냐하면, 다른 조사, 즉 '죽음준비' 항목을 살펴보면 노인의 경우 0.5%만 유언장을 쓴다고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유언장이 없는 재산 상속은 유감스럽게도 큰 분쟁의 씨앗이 된다. 따라서 노인들에게 재산을 누구에게 배분하려는지 물었으면, 그러면 그 배분을 위해 어떤 법률적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옳다. 그리하여 가능하면 법률적으로도 완벽한 재산 배분이 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죽음준비 항목에는 묘지준비, 상조회 가입 등 장례 관련 사항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애를 마무리하는 일에 이런 준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것에 앞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성찰과 수용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명 치료에 대한 총론적 반대가 92%에 육박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작성 진도는 기대에 크게 미흡하다. 아직 시행 초기이기는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내 죽음에 대한 각론적 승인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재산 배분이나 용서와 화해 등 관계의 정리도 마찬가지다. 결국, 죽음에 대한 승인이 전제되어야만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므로 이런 방향으로 설문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연명의료법 시행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작성기관 접근이 용이한 대도시 위주로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작성기관 중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유일하다. 공단은 전국 지사·출장소를 통해 의향서 작성을 돕고 있으나 관할 지역은 넓고, 노인들에게 원거리 이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단이 전국적으로 하루 약 130건 작성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지사당 겨우 하루 0.5명이다. 공단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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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에 대한 노인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삶의 끝을 잘 마무리하는 것은 삶의 질 향상의 마지막 과제이며 도전이다. 노인실태조사는 설문의 정교함은 물론 노인을 계도하는 역할까지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까지 유의하면서 조사를 진행해 노인들의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정책수립에 유용하게 활용하기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떠나되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떠날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고, 마무리마저 깔끔한 떠남은 남아 있는 후손들에게도 귀중한 삶의 본(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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