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노동자 증가세 가팔라 "워라밸·휴직급여 인상 효과"

안형식(37) 씨는 지난 5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쓴다는 주변의 핀잔도 있었지만 회사 동료의 적극적 응원 속에 5살 난 딸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형식 씨는 "매번 일을 핑계로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던 아빠가 집에 있으면서 딸과 더 친해지는 느낌"이라면서 "육아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행복지수도 올라가는 것 같다. 복직 후 삶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마음가짐이라면 술자리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형식 씨처럼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다. 올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장인이 1만 6000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역대 최다 기록(1만 2043명)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반가운 것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육아휴직 확산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육아휴직을 쓴 민간기업 노동자 6명 중 1명은 '아빠'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만 해도 흔하지 않던 '아빠 육아휴직'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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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을 기준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남성은 8463명으로 전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5만 89명 중 1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육아휴직자 4만 4846명 중 11.4%(5101명)와 비교하면 1년 사이 5.5%p 늘어난 것이다. 고용부는 이 추세라면 올해 1만 6000명 정도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올 상반기 상시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 남성 육아휴직자(4946명)는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100∼300인 사업장(13.2%), 30∼100인 사업장(10.8%), 10인 미만 사업장(9.9%), 10∼30인 사업장(7.6%) 순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56.9%)보다 100∼300인 사업장(93.9%), 30∼100인 사업장(78.8%), 10∼30인 사업장(77.3%), 10인 미만 사업장(68.8%)이 훨씬 높았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하나의 문화가 됨과 동시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육아휴직 급여 인상을 통해 휴직기간 소득대체율을 올린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상한액을 월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인상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육아휴직 급여 개선으로 휴직에 따른 임금 손실 위험이 줄었고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의 남성 육아휴직 증가는 제도가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 관계자는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은 남성 위주의 장시간 노동문화에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문화로 이끄는 동력이 돼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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