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비서관·조형래 비서 증언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진보정당 기반 세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선거법 개정 몰두

“의원님 활동사진을 챙겨보면 알게 되겠지만, 양복이 거의 똑같습니다. 양복이 2벌밖에 없거든요. 영정 사진에 나오는 저 양복도 10년 전에 산 양복입니다. 참 검소하신 분이었습니다. 의원님과 여사님 ‘부부싸움’ 단골메뉴는 ‘잠바’를 사느냐, 마느냐 이런 거였습니다. 가음정 시장에서 파는 저렴한 재킷도 좋아하셨고….”

24일 노회찬 의원 시민분향소 주변을 정리하던 조태일 비서관은 노 의원이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한 게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조 비서관은 2016년 4월 노 의원 당선 이후 줄곧 곁에서 노 의원과 함께 일해왔다. 조 비서관의 이야기는 노 의원이 숨진 지난 23일 이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노 의원의 낡은 구두사진과도 겹쳐진다. 그가 탔던 차도 주행거리가 40만㎞가 넘는 연식이 제법 오래된 ‘소나타’였다. 노 의원은 그 차를 타고 경남 곳곳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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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의원의 구두./연합뉴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정치인 노회찬’은 복잡한 정치 상황과 사회 현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촌철살인’이다. 정치 교체를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도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라고 하거나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질문에는 “청소할 땐 청소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됩니까?”라고 말해 듣는이가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노 의원 차를 운전했던 조형래 비서는 이 같은 ‘사이다 발언’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고 했다. 고니가 물 위에 ‘유유자적’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 아래서는 계속 발을 젓듯, 노 의원 또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조형래 비서는 “이동할 땐 잠시도 휴대전화와 자료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정치 상황과 흐름, 맥락을 읽고자 늘 노력하셨다”고 말했다. 조태일 비서관도 “현안이 생기면 단순히 언론보도만 챙기지 않고 관련 전문가를 늘 만나고, 자료를 살피는 등 사회현상에 대해 늘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했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늘 바쁜 정치인이었다. 정의당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도 매주 금요일이면 창원으로 와 일요일 오전까지 ‘초인적인 일정’을 소화해냈다. 다른 국회의원이 주로 서울에 머물며 지역 현안을 유·무선으로 보고 받는 것과는 달랐다. 노 의원은 ‘현장’을 강조했다. 조 비서는 “의원님이 많을 땐 하루 10시간 이상 차로 이동하거나 하루 세 번 비행기를 타면서 창원과 서울을 오갔다. 열정과 체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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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2일 진주 현장 아트홀에서 연 '촛불이 꿈꾸는 정치'란 제목의 정치 콘서트를 열었다./경남도민일보DB

노 의원과 2년 동안 약 10만㎞를 함께 달렸던 조 비서. 그는 최근 노 의원이 자신에게 ‘나는 의리를 지킨다. 한 번 맺은 인연 절대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 비서관은 노 의원의 최근 관심 사항은 선거법 개정이었다고 했다. 지금처럼 선거법을 그대로 둔다면 ‘진보정당’이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 득표율 13%를 얻어 지역구 2석과 비례 8석을 확보해 원내 3위 정당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노 의원은 민노당 비례 8번이었다. 노 의원의 극적인 국회 입성은 2001년 헌법재판소가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후보의 총 득표수에 따라 나누는 ‘1인 1표 비례대표제’를 위헌판결하면서 가능했다.

노 의원의 문제의식은 2016년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드러난다. 노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권력을 위임하고자 하는 국민을 위한 제도”라며 “국민의 지지가 국회의석수에 일치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노 의원을 지켜본 두 사람의 기억을 종합하면 ‘노동자가 주인 되는 사회,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진전과 실현을 위해 힘을 쏟았던’ 노 의원 모습이 손 잡히듯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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