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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서 보던 마르코폴로의 뿔을 선물로 받다니

[오토바이 타고 유라시아 횡단] (12)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에 사는 부호메달리 가족
해발 4200m 파미르서 만난 가족 초대로 하룻밤 묵어
늑대·산양 출몰 지역으로 무서웠지만 즐거운 시간

시민기자 최정환 webmaster@idomin.com 2018년 07월 24일 화요일

키르기스스탄 오시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기고 아들 지훈이를 태운 우리 오토바이는 파미르고원으로 가기 위해 타지키스탄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계속해서 오르막 비포장 길을 따라 달렸더니 어느새 해발 4000m까지 올라 있었다. 키르기스스탄 국경에서 출국도장을 받고 다시 타지키스탄으로 입국하기 위해 (지나다보니 육로국경사무실 사이가 먼 곳은 20~30km 떨어져 있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앞에서 당나귀에 꼬마아이 3명을 태우고 가는 한 아저씨가 보였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지나가려는데 그 아저씨는 갑자기 "스톱, 스톱"을 외치며 우리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일까?' 궁금했다. 나는 한쪽 옆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기다리니 그 아저씨는 '차이'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했다. 어느덧 오후가 지난 시간이라 나는 잠깐 망설였지만 아까 봤던 3명의 아이들이 어찌 사는지 궁금해서 그 아저씨를 따라 나섰다. 그 아저씨 집에 도착해서 보니 3명이 아니라 총 5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준비해 간 색연필과 연필깎이를 선물로 내놓았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이 중 가장 큰 아이가 지훈이와 동갑인 12살이었다. 이름은 '부호메달리'라고 했다.

부호메달리 가족을 만났을 때./최정환

부호메달리 집 뒤편에서 소와 비슷하게 생긴 '야크'를 키우고 있었다. 여행을 하며 소, 양, 말은 많이 봤지만 야크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덩치가 소보다 더 컸고 털은 복슬복슬했다.

부호메달리 아빠는 여기가 해발 4200m 지점이라 인적이 드물고 근처에 마을이 없다고 했다(나중에 보니 실제로 국경과 국경 사이 20㎞를 달리면서 본 집은 부호메달리 집뿐이었다). 또 가끔은 뿔이 동그랗게 말린 커다란 산양인 마르코폴로와 늑대가 나타난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파미르의 마르코폴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요즘은 그 수가 점점 줄고 사람들을 피해 깊은 산속에서만 살아서 보기 힘든 동물이라고 기억이 된다.

아들 지훈이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부호메달리와 함께 노는 게 좋아보였다. 둘이는 집 근처 산과 계곡으로 놀러 다녔다. 혹시나 늑대가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큰 개 2마리가 항상 옆에 붙어 있어서 조금은 든든했다.

길 옆에 난 무릎 깊이의 계곡이 있었는데 온통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새빨갛다. 주위의 높은 산들이 흙산인데 한국의 황토처럼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이맘때면 높은 산에 쌓인 눈들이 녹으면서 비가 오지 않아도 항상 계곡에 물이 넘친다고 했다. 부호메달리와 지훈이가 계곡 주위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부호메달리가 뭔가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마르코폴로 뼈였다.

'파미르의 상징' 마르코폴로 조각상. /시민기자 최정환

◇훼손되지 않은 뿔

머리에 붙어 있는 뿔이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온전한 모습이었다. 신기했다. 부호메달리는 금세 달려가 마르코폴로 뿔을 가져다 지훈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둘이는 아주 신이 났다.

어느덧 해가 져서 할 수 없이 우리는 부호메달리 집에서 하룻밤 신세지기로 했다. 방안에 들어가서야 알게 되었지만 부호메달리의 막냇동생이 태어난 지 채 한 달이 안 되었다. 어린아기가 있는 집에 머무는 게 실례가 되었지만 다시 길을 나선다 해도 국경 통과가 안 되기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날 저녁은 우리가 가져온 먹거리로 그들과 함께 음식을 해먹었다.

부호메달리 식구들은 방 안에서 자고 우리는 부엌 겸 거실에서 침낭을 펴고 잤다. 국경과 국경 사이에서 잠을 자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보통 한국 여행객들이 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아들 지훈이와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이 해보게 되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 부호메달리 어머니에게 러시아 알타이에서 사온 자연산 꿀 한 병을 선물로 드렸다. 그리고 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부호메달리야, 여긴 추운 곳이지만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 언젠가 다시 보게 되면 지훈이와의 우정도 기억하기를 그리고 지훈이에게 선물로 준 마르코폴로 뿔 고마워 ."

부호메달리 동생들과 아들 지훈이./최정환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린 다시 산을 넘어 전날 가지 못한 타지키스탄 국경을 첫 번째로 통과했다. 이곳 국경지역은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만 통행이 된다고 했다. 4200m의 높이에 위치해 있어서 눈이 많이 쌓이기 때문에 차들이 오갈 수 없다고 했다. 이곳 국경 출입국 사무소에는 공무원들이 아니라 군인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미리 준비해간 타지키스탄 비자와 파미르 퍼밋을 제출하면서 행정업무를 다볼 때쯤 국경 군인들이 우리를 다시 불러 세운다.

무슨 일이지? 뭐가 잘못되었나? 생각하면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니 뜻밖에도 커다란 수박을 잘라놓고 우리에게 먹고 가라고 하는 거였다. 잠시 긴장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으며 그들과 손짓 발짓으로 우리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간혹 오토바이 여행객들이 이곳을 지나가진 하지만 아들을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 여행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이 아무 사고 없이 끝나기를 빌어주었다. 국경군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타지키스탄으로 들어왔다.

국경을 지나 30분쯤 달리니 '카라쿨'이라는 호수가 나왔다. 이렇게 높은 곳에 큰 호수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해발 4100미터 호수 카라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최정환

가만히 둘러보니 호수 주위는 모두 설산(雪山)으로 빙 둘러싸여 있었다. 현지에 사시는 분 이야기로는 이 중 높이가 7000m나 되는 산도 있다고 했다. 한여름에 눈 덮인 산을 이렇게나 많이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에메랄드 빛 호수 색깔도 너무 예뻤다. 1500m에 있는 이식쿨도 높다고 생각했는데 3500m 송쿨에 이어 4100m 높이의 카라쿨까지. 파미르고원이 높기는 정말 높은가 보다. 우리는 다시 3500m 높이에 있는 도시, 타지키스탄의 파미르고원 한가운데 있는 도시 무르고프로 향한다. /시민기자 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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