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동의보감촌서 상설마당극
2010년 첫 공연 '관객 사랑'여전

배우들의 옷이 땀에 흠뻑 젖었다. 35도의 불볕더위다. 이런 날 야외에서 마당극 공연이라니. 하지만, 배우들은 온 힘을 다해 달리고, 넘어지고, 펄쩍 뛰어오른다. 이에 따라 관객들이 웃다가, 손뼉을 치고, 때로 숙연해진다. 아, 참 재미난 공연이다.

지난 21일 산청군 금서면 산청동의보감촌 잔디광장. 매달 격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극단 큰들의 상설마당극공연 <효자전>이 이날 200회를 맞았다. 2010년 5월 8일 첫 공연 이후 9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단일 공연으로는 긴 시간이다. 200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 명을 빼고는 배역이 모두 바뀌었을 정도다.

극단 큰들 마당극 <효자전> 200회 공연 때 진주에서 온 팬이 축하 펼침막을 들고 있는 모습. /이서후 기자

<효자전>은 2010년 제10회 산청한방약초축제 기간에 올리려고 만든 큰들 자체 창작 작품이다. 큰들 전민규 예술감독은 당시 온 산청군을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 어느 박물관에서 갑동이란 이름을 발견하고, 약초, 갑동이, 효자 이렇게 세 단어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병 든 어머니를 모시는 두 아들, 귀남이와 갑동이를 통해 가족과 효(孝)의 의미를 돌아보는 이야기다. 자칫 뻔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적절한 몸 개그와 유쾌한 상징, 은유로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두루 즐길만한 공연이다. 여기에 적절한 소품 활용도 공연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효자전>은 산청동의보감촌뿐 아니라 9년 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공연됐다. 특히 50대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뜻밖에 경상도 아저씨 중에 눈물을 훔치는 이가 많다고 한다.

실제 이날 공연을 본 이우기(51·진주시) 씨도 공연을 보는 동안 눈물을 몇 번 훔쳤다고 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서다. 이 씨는 몇 번이나 공연을 봤지만, 극 중 어머니가 저승 문턱에 가서도 뒤돌아보며 자식의 건강을 걱정하는 장면에서 매번 눈물이 난다고 했다.

큰들 마당극 <효자전> 200회 공연 때 배우들이 온 힘을 다해 연기하고 있는 장면. /이서후 기자

이날 공연에 앞서 200회를 축하하는 팬들이 배우들에게 꽃다발을 줬다. 가족, 친구와 함께 온 박희란(45·진주시) 씨는 축하 펼침막을 준비하기도 했다. 큰들 후원회원인 박 씨는 이미 <효자전>을 열 번도 넘게 봤다고 한다. 큰들도 관객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공연 한참 전부터 공연장 주변에 차양을 치고 물을 뿌려 관객들의 더위를 식혔다. 이어 공연 직전에는 산삼 보물찾기로 경품을 나눠줬고, 공연 후에는 아이스크림 350개를 돌렸다.

산청동의보감촌 큰들 상설 공연은 오는 8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은 오후 4시, 일요일은 오전 11시에 펼쳐진다. 자세한 문의는 극단 큰들(055-852-6507)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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