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에 뿌옇게 김이 서렸다. 땀으로 흘러 내리는 안경을 다시 고쳐 쓴다. 견디다 못해 찬 물을 적신 손수건을 머리에 둘러 싼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고는 다시 양념장을 부지런히 담는다.

감자탕, 해장국 간판을 내건 식당 주인은 점심때에 맞춰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그는 식당 밖에 딸린 주방에서 뜨거운 열기를 온전히 받아 냈다.

정오가 갓 지난 시각. 주변 상가에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메뉴를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장 밀면, 갈비탕, 삼계탕, 장어국 집으로 삼삼오오 흩어졌다.

시장 건물 안 감자탕, 해장국 집은 고요했다. 맞은편 돼지국밥, 소고기국밥 등을 파는 국밥집도 썰렁하기는 매한가지다. 점심때가 지나도록 한 그릇 팔까 말까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시장 상가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감자탕 집 주인은 이미 체념한 듯한 표정이다. 날씨가 뜨거울수록 한 숨도 깊어졌다. 이번 달 내야 할 가게세와 집세가 걱정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운다.

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이 시원한 음식, 보양식을 찾는 건 어쩔 수 없다. 뜨끈한 국물이 담긴 음식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 상가의 여름은 그 어느때보다 힘들다. 특히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가 덮친 올여름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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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속도 모르고 하루가 멀다 하고 타오르는 폭염이 어쩐지 야속하다.

빈 그릇만 만지작거리던 식당 주인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공허한 열기를 내뿜는 시장 상가가 손님들 열기로 채워졌으면 한다. 고심 끝에 오늘 점심 메뉴는 정했다. 감자탕 한 그릇으로 '이열치열'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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