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핵심 국정과제이다. 지방분권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드러난 것과는 달리 청와대 안에서 실제로 업무를 담당해야 할 비서관실은 공석인 자리도 여럿이고 급기야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을 통폐합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말로만 지방분권 운운할 뿐 실제로 그럴 의지나 있는가 하는 세간의 비난은 정권을 향한 의문을 낳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권은 경제정책 부문에서의 능력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공약들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게 되면 우려가 확신으로 변할 수도 있다.

청와대가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다는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은 유사한 업무 영역인 것 같으나 전혀 다르다. 자치분권비서관실은 재정과 사무, 인력 등 중앙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 주민과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이며 균형발전비서관실은 각 자치단체의 행정적·경제적 차이를 극복하고 주민 삶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청와대가 업무 효율을 전제로 통폐합을 한다면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가 다른데도 합치게 되면 혼란만 가중될 우려가 크다.

이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과 직접 관련 있는 이 두 부서에 대한 인사도 미흡한 채 두고 있다. 균형발전비서관은 무려 7개월째 공석이며 자치분권비서관실의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관도 3~4명이나 비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 정부가 지방분권을 약속하며 출범시켰던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업무는 청와대와의 유기적 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되어 계획의 수립과 집행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방분권은 민주주의의 완성과 정상적인 국가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국가적 과제이다. 이것을 말로만 해서는 정권의 신뢰에 커다란 상처를 줄 뿐이다. 설사 현실적 제약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보기라도 해야 한다. 청와대는 지방분권 후퇴 기조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인지 청와대 행정 부서의 독단적 판단인지 밝혀야 한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 분명한 사과와 함께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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