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등 채솟값 급등…시민 "장보기 겁날 정도"

유례없이 이어지는 폭염이 장바구니 물가마저 덮쳤다. 폭염 장기화로 일부 농산물의 출하량이 줄면서 채소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배추, 무, 시금치, 상추 가격의 오름폭이 커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푹푹 찌는 무더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채솟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배추 한 포기 가격이 4448원으로, 일주일 전 3605원보다 23.4% 뛰었다. 한 달 전 2728원에 비해 6.3%나 치솟았다. 평년 3248원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했다.

대체수요인 얼갈이배추와 양배추 소매가도 동반 오름세를 나타냈다. 얼갈이배추는 23일 기준 1㎏에 2927원으로 전월보다 63.9%, 양배추는 1포기 3192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7.3% 상승했다.

23일 창원 한 마트에서 한 시민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문정민 기자

시금치는 일주일 사이 45.4%나 올랐다. 일주일 전 1㎏에 6190원이던 소매가가 지난 20일 9003원까지 급등했다. 한 달 전 4718원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23일 당일 8914원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평년 7027원을 웃돈다. 무 역시 지난 20일 개당 2208원을 형성하며 평년보다 21%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도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폭염 영향으로 농산물 생육과 출하량이 저하되면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더위에 취약한 배추, 상추 등 옆채류 중심으로 채소 가격이 전체적으로 2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이 이달 말까지 계속되면서 출하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인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른 채솟값으로 되레 장사가 안된다며 하소연했다.

창원 진해구 전통시장에서 열무, 배추 등을 파는 상인은 "날씨는 덥고 채솟값은 비싸니 통 팔리지 않는다"며 힘든 내색을 드러냈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높다. 특히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창원 한 마트에 장을 보러 온 김모(대방동·52) 씨는 "매주 주말마다 장을 보는데, 채솟값이 확 오른 게 느껴진다. 당장 다음 주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데, 채소를 아예 사지 말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진해 한 마트 채소 코너를 돌던 박모(63) 씨는 배추 한 포기에 4980원이나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로 비싸지 않았는데, 며칠 사이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장 보기가 겁난다. 안 사먹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했다.

한편, 계속된 찜통더위로 농가 피해가 커지고 농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수급 대책에 나섰다.2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산물 피해와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폭염 피해 최소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농축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비상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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