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취업자 7.7% 역대 최고 "청년 일자리 사정 나빠진 탓"

청년들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악화한 고용환경에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단순노무직을 전전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수진(33) 씨는 최근 건설현장에서 청년들을 자주 목격한다고 한다. 방학 때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해 건설현장에 나오는 20대 후반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신 씨는 "젊은 인부들이 자주 보이는데 물어보면 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들이다. 20대 중·후반에 대학 졸업장은 땄는데 사회에 진출할 길이 막히다 보니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신 씨의 소개로 만난 김모(26) 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한 차례 취업했지만 월급이 너무 적어 퇴사하고 공사현장을 누빈다고 했다. 김 씨는 "취업을 해도 월급이 180만 원을 밑돈다. 공사현장에는 1주일에 3번씩 나가고 나머지 평일은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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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통계청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청년층(15~29세) 중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청년은 지난 5월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만 7000명이 늘어난 25만 3000명으로 나타났다. 통계 분류상 '단순노무'는 '막노동'이나 주유, 음식배달 등을 의미한다. 졸업·중퇴 청년의 단순노무직 비중은 전체(330만 1000명)의 7.7%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지난 2009년 당시에도 23만 7000명까지 단순노무직종 종사자가 치솟은 바 있지만 비중은 올해보다 0.7%p 낮은 7%였다. 통계청이 졸업·중퇴 청년을 별도로 집계하는 이유는 휴학·재학생을 제외함으로써 사회활동에 뛰어든 청년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했지만 주유 보조나 건설현장 등을 전전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최근 청년층 일자리 사정이 나쁘다는 뜻이다. 청년층 고용 악화는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이 9.8%까지 치솟는 등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나타난 불가피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취업이 안 되면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일자리 여건이 좋지 않으면 건설현장 등으로 나간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어남에 따라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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