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국회의원 별세, 돌연 비보·자필유서 발견
드루킹 사건 관련 의혹엔 "자금 받았으나 청탁 무관"
'정의당장'으로 27일 발인

노회찬(정의당·창원 성산) 의원이 23일 서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8분께 서울 중구 한 아파트 현관 쪽에 쓰러져 있던 노 의원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아파트는 노 의원 노모와 동생부부가 사는 곳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정장 상의와 신분증이 든 지갑, 정의당 명함, 자필 유서를 찾아냈다.

유서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고 자필로 적었다.

2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한서병원 앞 광장에 마련된 노회찬 국회의원 분향소.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노 의원은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 씨 측으로부터 2016년 총선 때 불법정치자금 5000여 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드루킹이 주도하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으로부터 강의료 2000만 원을 받은 혐의에도 연루됐다.

노 의원은 모든 의혹을 강력 부인해왔다. 사망 직전인 19일 미국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도 받은 적이 없다. 특검이 조사를 하면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었다.

노 의원은 또 드루킹 측으로부터 합법적인 정치후원금조차 받은 적이 없다며 비리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 "나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고 의아해했다.

노 의원 유서는 성격은 불명확하지만 모종의 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유추된다.

노 의원은 유서에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며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는 후회도 담았다.

드루킹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금품 전달 과정에 관여한 드루킹 최측근 도 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노 의원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었다.

도 변호사는 노 의원 경기고 동창으로 노 의원을 드루킹에 소개하는 역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측은 "노 의원 측근에 수천만 원의 불법자금이 전달된 정황은 계좌 추적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지만, 실제 노 의원이 수수했는지는 조사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허 특검은 이날 비보 직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굉장히 안타깝고 침통한 마음이다. 노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그으셨고 의정활동에 큰 페이지를 장식하신 분"이라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허 특검은 노 의원 수사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노회찬 의원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정의당은 유가족과 상의해 '정의당장'으로 5일장을 치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발인은 27일이며 각 시도당 사무실에도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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