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권력을 이용한 부당행위인 '갑질'에 대한 성토와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성폭력, 공관병에 대한 갑질, 민간기업 사주 일가의 폭언 등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다. 대한항공 사주 가족들의 횡포가 '슈퍼갑질'로 비난받기도 했지만, 갑질의 속성이 우월적 지위의 악용에 있다는 측면에서 민간보다는 공공분야의 경우가 더 심각히 다루어져야 한다. 공공분야 종사자의 44.7%가 상급기관의 갑질을 겪었고, 민간분야 종사자의 42.5%가 공공분야의 갑질을 경험했다는 조사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공공기관의 갑질에 대해 국민 삶을 무너뜨리는 적폐라고 규정함에 따라 이달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이 나왔다. 9월까지 기관별로 갑질을 유발하는 법령을 정비한다는 일정까지 세워진 이 대책에서 정부가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갑질은 지역 단위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갑질은 사회적 반향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주민의 삶에 미치는 폐해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경남발전연구원과 경남테크노파크는 홍준표 도정 시절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나 몸살을 앓고 있고, 수년 전에는 몽고식품 전 김만식 명예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저지른 갑질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도내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이나 토착기업 사주의 횡포는 그동안 폭로된 중앙정부의 공기업이나 대형 민간기업에서 터져나온 갑질과 규모만 다를 뿐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거창군 모 파출소장이 지역주민들에게 갑질을 행사해 보직해임되기도 했다. 지역 단위에서 일어나는 갑질은 지역 특유의 연고주의 문화로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거나 근절이 힘든 경우가 많다. 사건이 불거진 당시 사퇴했던 몽고식품 김 전 명예회장은 나중에는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단위의 갑질은 경남도와 시군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경남도와 관계기관이 협력하여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이면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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