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가 넘은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신다. 젊은 시절 꽤 고생하신 분이다. 그 시절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힘든 시절에 가업을 위해 일하신 분들이라 비슷하겠지만, 나의 어머니는 남다르다.

수십 년이 넘은 기억이지만, 어머니는 읍내에 가셔서 뻥튀기(옥수수 튀긴 것)를 떼다가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큰 비닐에 싸서 대형 고무 대야에 담아 머리에 이고 신작로와 산길을 걸어서 이웃 깊은 산골 동네까지 팔러 다니셨다.

당시 '꼬소꼬리'라고 불리는 그릇(소형 바구니) 하나에 담아 몇백 원을 받거나 쌀이나 보리쌀로 바꿔오시곤 하셨다. 때론 어린 나의 손을 잡고 고개를 넘을 때면 다리 아파 허리 아파 땀 흘리시며 수고하시던 모습이 아련하다.

이후 생선으로 물건을 바꾸셔서 같은 일을 하시다가, 내가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에는 읍내 시장의 노점에 정착하여 계란, 생선, 채소 같은 것을 파시는 일을 70세까지 하셨다. 자녀들이 자리를 잡았으니 쉬시라고 해도, "집에 있으면 병 온다"시며 "놀이 삼아 나가야 한다"고 아침 걸음을 재촉하던 일이 어제 같은데 벌써 80살이 훌쩍 넘으셨다.

이런 어머니 계실 때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어 요양원을 가보면 느끼는 점이 있었다.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너무 깨끗하게 씻겨드리고, 늘 미소 띤 얼굴로 노인들을 친구처럼 또 친부모 대하듯 다정다감하게 일상생활을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직장과 사회생활 등 바쁜 일상에서 자주 찾아뵙지도 지극정성으로 보필하지 못하는 것이 자녀세대의 현실이라서, 요양보호사들의 모습이 더 감사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굳이 우리나라 노인들의 통계는 말하고 싶지 않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노인이 될 것이고 어른들의 모습을 닮아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고향에 가면 집집이 연로하신 부모님이 한두 분씩 계신다. 명절, 어버이날, 생신날 등에만 찾아뵙는 나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 무더위와 폭염에 거동이 불편하고, 의사표현까지 정확하지 못한 연로하고 편찮은 부모님들을 내 부모 이상으로 보살펴 주시는 요양보호사 분들께 지면을 빌려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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