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화장실 활용 '손풍기'하나로 더위 견뎌
"고충 알아주는 이 없어"

건물 청소노동자들은 연일 무더운 날씨에 찜질방을 방불케 하는 지하실 한쪽에서 휴식을 하고 있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시원한 바람도 없는 공간에서 대부분 청소노동자는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18일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 창원시 의창구와 성산구 등 건물 10곳을 돌아봤다. 청소노동자를 위한 쉼터가 잘 갖춰진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환경은 열악했다. 상가 번영회가 에어컨과 간이침대, 냉장고 등을 휴게실에 설치해둬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지만 알아서 쉬라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알아서 쉬는 거지 왜 간섭을 하느냐는 건물주도 있었다.

이날 오전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한 건물. 청소노동자는 3층 복도 청소를 마친 뒤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김모(56) 씨는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작은 방에 들어가 선풍기를 틀고 앉았다. 얼굴에는 땀이 맺혔다. 지하주차장이라 매연이 가득해 문을 열고 환기를 할 수도 없어 선풍기를 틀었는데도 열기가 가득했다.

그는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공간이 좁아 금방 뜨거운 열기가 가득 찬다. 더워서 견디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마땅한 휴게실이 여기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또 올라가봐야 해서 오래 앉아있지 못한다고 했다. 끈적한 선풍기 바람이 사라지자 휴게실은 숨이 막힐 만큼 답답했다.

또 다른 건물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는 아예 화장실에서 쉰다고 했다. 김모(61) 씨가 쉬는 곳은 화장실 가장자리다. 그는 물기 묻은 대걸레와 청소용품이 있는 작은 공간에서 한숨을 돌린다. 오래된 건물이라 화장실은 습하고 더웠다. 변기를 닦고 휴지통을 비우다 보면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는 김 씨는 일을 마친 뒤 화장실 안에서 손선풍기를 틀고 걸터 앉았다.

화장실 가장자리에서 그는 땀을 식히고 간식도 먹는다고 했다. 김 씨는 "손선풍기 없을 때는 어떻게 일했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이 찜질방처럼 더운데 어쩔 수가 없다. 우리 같은 청소부 이야기에 번영회나 상가 세입자 누구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김 씨는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열악한 곳에서 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하주차장 옆에 별도 휴게실이 있지만 정식 휴식시간은 정해져 있어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건물 주차장을 관리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차량 통행을 확인하고 주차권을 끊어주는 주차장 관리직원은 좁은 공간에서 에어컨 한 대에 의지한 채 일을 했다. 권성중(64) 씨는 "어떤 주차장 관리인은 에어컨도 없이 여름을 난다고도 하던데 나는 에어컨이 있으니 그리 덥지는 않다. 청소하는 사람들은 힘들 거다. 문을 잠깐 열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렇게 더운데 청소노동자는 지하주차장 한편에 있는 공간에서 쉬니 얼마나 답답하겠냐"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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