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소음 피해 현장, 휴대전화 불통·수면 방해 심각
공항 확장 땐 피해지역도 확대…불도저식 국책사업 시대착오적

지난 20일 오전 김해시 칠산서부동 강동마을회관. 마을회관 위로 5분 정도 간격으로 비행기가 날아다녔다. 불볕더위에 습도까지 높아 운무 가득한 하늘에 비행기 엔진 소리가 쉼 없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김해공항 인근 강동마을은 신공항이 건설되면 소음영향 지역(70웨클 이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는 6개(주촌면·칠산서부·회현·부원·내외·불암동)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여기서는 비행기 소음이 늘 듣는 거라 주민도 그냥 넘어갔지만, 신공항이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류경화(61) 김해신공항건설반대 대책위원장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강동마을 통장이던 그는 2016년 6월 정부의 '김해신공항 확장안' 결론 이후 주민 대표로 반대대책위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4월 5일 김해시청에서 열린 '김해신공항건설반대 시민행동의 날'에 삭발했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자라있었다.

류 위원장은 이른 아침과 밤 시간대 소음이 심각하다고 했다. 오전 7시 15분 첫 비행기가 뜨기 시작하고 나서 1시간가량, 오후 10시부터 11시까지 비행기 운항이 3분 간격으로 집중돼 주민들 수면을 방해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류경화 김해신공항건설반대 대책위원장은 "동네주민이 뇌졸중 치료 중 비행기 소리에 잠을 못자서 이사를 갔다. 형편이 안돼도 살고자 떠났다"고 밝혔다. /박일호 기자 iris15@

"최근 한 동네주민이 이사를 가버렸다. 부인이 뇌졸중으로 치료를 받는데 밤에 비행기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자니까 집을 싸게 팔고 나갔다. 이사 갈 형편이 안돼도 일단 사람부터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새벽 1시 반에서 2시 사이에는 군항기 소리에 잠을 깨기 일쑤라고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공군이 김해공항 이륙항로를 변경했다가 시민 반발로 되돌렸다. 임호산 정상 부근에서 내외동·구산동 방향으로 운항하던 항로를 5도가량 우측으로 변경해 주거밀집지역 상공을 통과한 것이다. 이륙항로 변경 3개월간 항공기 소음 피해를 체감한 시민들은 신공항 건설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류 위원장은 "임호산 방향으로 향할 신공항 활주로 3.2㎞ 끝 부분이 김해시청에서 5㎞, 인구밀집지역인 내외동에서 7㎞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1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이·착륙하면 김해시 전체가 소음도시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이 되려면 24시간 운영되고, 그만큼 비행 편수가 늘어날 텐데 소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있을 수 있겠나. 활주로 변경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 정부 결정을 엎는 건 힘들겠지만, 억지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예전에는 국책사업을 밀어붙이면 끝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밀양 송전탑 건설만 보더라도 주민 반발이 거센데도 국책사업이라며 강행했다. 거기는 그나마 피해 주민이 적은 편이었지만, 김해신공항이 건설되면 대부분 시민이 피해를 본다. 이런 피해를 알면 국책사업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칠산서부동 건너편 내외동도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내외동은 아파트가 많아 피해인구 수가 그만큼 많다.

내외동에 사는 50대 중반 서창성 씨는 "지금도 TV를 보다가 비행기 소리 때문에 볼륨을 높여야 하고,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가도 중간 중간 대화가 끊긴다. 임호산 아래 동네에 사는데 지난해부터는 대놓고 산 위로 다니는 것 같다. 일반주택에 사는데도 이런 상황인데 고층 아파트에 살면 더 심하지 않겠나. 만약 24시간 운영한다면 어느 시민이 이런 동네에 살겠나"고 성토했다.

그는 "항로를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신공항이 건설되면 김해시민 3분의 1 가까이 피해를 본다.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할 테니 우리 집에 와서 직접 자보라고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김해시가 경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한 항공기 소음 관련 용역 자료를 보면 신공항이 개항하면 김해지역 소음피해 지역은 현재 1.96㎢보다 6배 이상 넓은 12.22㎢에 이른다. 직간접 피해를 보는 시민은 전체 53만 명의 16%인 8만 6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웨클(WECPNL) =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장하는 항공기 소음 평가단위. 단순히 소리 크기만을 나타내는 단위인 데시벨(㏈)과 달리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음도에 운항 횟수, 시간대, 소음 최대치 등에 가산점을 주어 종합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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