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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꽃 이야기]달맞이꽃은 왜 밤에만 필까요?

달만 바라보던 '뉴-문 요정' 다른 요정들의 따돌림으로
어두컴컴한 장소로 쫓겨나, '달님'을 애타게 부르며 기도
'뉴-문 요정' 그리던 '달님'도 숲속 바위에서 그를 찾지만
그 요정 두손 모은 채 굳어 양지바른 땅에 묻어준 뒤로
깊은 밤이면 꽃 한 포기 피어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webmaster@idomin.com 2018년 07월 20일 금요일

푸른 하늘빛만 고여 있는 맑은 호수이어요.

그 호수에는 하늘빛만큼이나 고운 요정들이 물에서 찰방거리며 놀고 있었어요. 열대여섯 명의 요정들은 얼굴도 서로 비슷비슷하지만 마음도 서로 닮아, 그들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헤며 놀이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어요.

"얘들아, 오늘은 무슨 별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까?"

"카시오페이아자리 별들과 이야기를 나누자."

"그러자."

요정들이 이슬처럼 맑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손뼉을 치고 호숫가 작은 바위섬으로 모여들었어요.

그때, 요정들 가운데 키가 크고 평소에 말이 적은 뉴-문 요정이 톡 쏘듯 말했어요.

"난 싫어. 달님을 보고 놀 거야."

"그러렴."

환하게 핀 달맞이꽃. /경남도민일보 DB

다른 요정들은 뉴-문 요정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뉴-문 요정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달만 바라다보고 밤을 새우는 요정이거든요. 그럴수록 뉴-문 요정은 다른 요정들로부터 거리가 멀어지고 외톨이가 되어갔어요.

요정들은 달만을 좋아하는 뉴-문 요정을 싫어했어요. 항상 뉴-문 요정 혼자 우두커니 있고, 다른 요정들과 말을 나누려 하지 않았어요. 그런 뉴-문 요정을 별을 좋아하는 요정들이 그들 놀이에 끼워주지도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호수의 모든 요정들이 있는 곳에서 뉴-문 요정이 뿌루퉁하게 토라져서 말했어요. 뉴-문 요정은 솔직하게 별을 좋아하는 다른 요정들까지 미웠어요.

"별들이 모두 호수 속에 퐁당퐁당 빠져버렸으면 좋겠어."

"뭐라고? 별들이 호수에 빠져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그렇다. 저 넓고 넓은 하늘에 커다란 달님만 둥그렇게 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이 어째? 저 하늘에 달만 떠 있어?"

"뭐? 저런 요정이 우리 호수에 함께 있다니!"

뉴-문 요정은 호수의 다른 요정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어요. 아무도 그녀와 놀아 주지 않았고, 아예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고 상대를 해주지 않았어요. 그러다 요정 중에서 가장 큰 언니 요정이 말했어요.

"얘들아, 저 뉴-문 요정을 별도 달도 볼 수 없는 아주 어두운 곳으로 쫓아버리자."

"언니 말이 맞아."

요정들이 활짝 웃으며 그 언니 요정의 말에 손뼉을 쳤어요.

뉴-문 요정은 그날로 아주 어두운 곳으로 쫓겨나게 되었어요. 그곳은 달도 볼 수 없고, 별도 볼 수 없으며 오직 동굴과 울창한 숲만 있는 곳이었어요.

뉴-문 요정은 아주 어두운 곳으로 쫓겨나서, 혼자 있게 되자, 성격이 이상해졌어요. 말할 친구도 없고, 그 맑은 호수도 없어지자, 우울해져 혼자서 괜히 훌쩍이며 울기까지 했어요.

"아, 호수에 뜨는 그 밝은 달님을 볼 수 없으니, 마음이 아프구나."

뉴-문 요정은 혼자서 숲 속에서 헤매기도 하고 무서운 동굴 속을 돌아다니며 달님이 있는 곳을 찾았어요. 그러다가 뉴-문 요정은 동굴 속이나 깊은 숲 속에서 쓰러져 흐느껴 울기만 했어요.

뉴-문 요정은 지쳐서 숨을 할딱거리며 어느 큰 바위 위에 쓰러져 두 손을 기도하듯 하늘을 향해 모으고 달님을 애절하게 불렀어요.

"달님, 이 바위 위에서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달님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쓰러져 거친 숨을 할딱거리는 뉴-문 몸 위로 차가운 바람만 지나갔어요.

한편 달님은 밤마다 호숫가를 찾아갔어요. 달만을 사랑하며, 달만을 우러러보던 그 뉴-문 요정을 호수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찾았어요.

"아, 나만을 사랑하던 그 요정이 어디를 갔을까?"

호숫가를 비추며 뉴-문 요정을 찾던 달님은 호숫가의 요정들이 나누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뉴-문 요정은 호수에서 쫓겨나 지금쯤 어둠 속에서 달을 찾고 있을까?"

"글쎄 말이다. 그곳은 별이나 달을 볼 수 없는 곳이라서."

달님은 그날부터 빛이 잘 들어가지 않는 어둔 곳을 찾아다녔어요. 달님은 울창한 숲 속 구석구석을 달빛을 밝혀 살피고, 달빛이 들어가지 않는 동굴 속에도 기웃거렸으며, 혹시나 하여 외로운 해변도 찾아갔어요. 어느 곳에도 뉴-문 요정을 찾을 수 없었어요.

달님의 머리에 샛별처럼 반짝이며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어요.

"뉴-문 요정은 호숫가 바위 위에서 항상 나를 바라보았지, 어쩜 바위가 많은 숲 속에 있을지도 몰라."

달님은 바위가 많은 숲 속으로 방향을 바꾸어, 그 바위 숲에 달빛을 찬찬히 비추며 뉴-문 요정을 찾았어요. 그러던 달님의 시선이 한 곳에 우뚝 멈추었어요.

"아, 저 바위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 바위 위에는 뉴-문 요정이 단정하게 꿇어 앉아 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자 달님은 너무도 기뻐, 환한 달빛을 듬뿍 비추며 울부짖듯이 그곳으로 주저앉았어요.

"아, 얼마나 내가 보고 싶었으면…."

달님이 고운 달빛으로 뉴-문을 다독이며 말을 걸었지만 뉴-문 요정은 이미 숨을 쉬지 않았어요. 두 손을 기도하듯이 모으고 하늘의 달을 향하여 간절한 기도를 하는 그런 형상으로 굳어 있었어요.

"아, 너무도 착한 우리 요정이구나."

달의 신은 신비로운 음악 소리를 내더니, 그 많은 달빛을 모아 반짝이며, 사람의 형상을 하고 뉴-문 요정 앞에 나타났어요. 달의 신은 너무도 청순한 한 송이 꽃 같은 뉴-문 요정을 품에 안고 숲 속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다 양지바른 곳에다 고이 묻어주었어요.

달의 신은 뉴-문 요정을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고 돌아서려 했으나,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젖먹이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따라오는 것 같은 아픔이 옷자락을 잡는 것 같아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걸음을 멈추곤 했어요.

달의 신은 가슴속에 차오르는 울음을 머금었어요. 달의 신은 플로라 꽃 여신에게 찾아가 그 사연을 말하고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을 했어요.

"꽃의 여신 플로라여, 달을 사랑하다 숨져간 너무도 순결한 뉴-문 요정을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게 해 주소서"

다음해 봄, 뉴-문의 무덤에서 여태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꽃 한 포기가 쏙 고개를 내밀었어요. 깊은 밤이 되면 그 꽃대에서 연약하고 고운 여인의 볼 같은 예쁜 꽃이 피었어요. 우리가 말하는 달맞이꽃이에요.

달맞이꽃은 왜 밤에만 필까요?

달맞이꽃의 꽃말은 기다림, 말 없는 사랑, 밤의 요정, 소원이래요.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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