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언제나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녔다. 서너 개의 가방을 바꿔가며 썼는데 항상 빵빵하게 배가 부풀어 있었다. 무게도 엄청났다. k는 알뜰한 편이었으나 가방을 살 때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가격보다는 크기와 무게가 알맞은지, 쉽게 닳지 않는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k는 그 크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서 시내버스를 타고 다녔다. 종종 공용자전거를 이용했다. 그보다 더 가끔 택시도 탔다. 운전면허가 애초 k에겐 없었다. 왜냐고 무심결에 물었던 적이 있다. k는 방그레 웃으며 무서워서, 라고 했다. 돌덩이 같은 가방을 메고 버스를 타면 불편하지 않냐 다시 물었더니, 하늘을 잠깐 올려다보고선 금세 웃으며, 뭐… 괜찮은데? 했다.

친구들은 k의 가방을 미련스럽다 타박하지 않았다. 그 덕을 함께 톡톡히 누리고 있었으니까. 손을 씻고 나면 k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목이 마르다 하면 옅은 차가 든 물병을 건넸다. 배가 고플 땐 가방 바닥을 뒤져 사탕이며 쿠키 같은 것들을 찾았다. 카페에 가면 텀블러를 꺼내 점원에게 줬다. 여름에는 부채가, 겨울에는 충전식 손난로가 나왔다. k와 함께 있을 때는 갑자기 비가 쏟아져도 걱정하지 않았다. 여러 색 펜, 연습장, 태블릿 PC, 책 두어 권은 필수품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k를 따라하진 않았다. 작은 텀블러 하나만 가방에 들어가도 불룩한 가방이 보기 싫었고 어쩐지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쉽게 물을 사 마실 수 있었고, 쉽게 쓰고 버릴 휴지가 어디든 있었다.

얼마 전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이 일더니 일회용 제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 카페에서 일회용 컵과 빨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반향이 큰 모양이다. 카페는 카페대로, 손님은 손님대로 불편해한다.

k의 가방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k가 웃으며 친구들에게 하던 말도 떠오른다. "괜찮아. 나만 좀 불편하면 돼. 그러면 여럿이 편하잖아."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