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온 추락사고까지 겹쳐, 미국 APT 수주 성공 간절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수리온 헬기를 개조해 해병대에 납품한 '마린온' 추락 사고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T-50에 대한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수주 발표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악재가 겹칠 대로 겹쳐 19일 주가는 3만 22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4년여 만의 최저 종가인 데다가 시가총액도 3조 1387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KAI가 해병대에 납품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지난 17일 오후 정비 직후 시범비행 도중 상승하다가 주회전날개가 떨어지면서 추락해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군 당국은 현재 '기본설계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국군의 후속 28대 전력화 계획이나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유력했던 필리핀 수출길까지 막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AI 주가는 이번 사고 전에 이미 한 차례 급락해서 충격이 더 크다. KAI 지분 5.99%를 보유하고 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한화지상방산 등을 자회사로 둔 한화그룹 방산 부문 중간지주사)가 지난 11일 584만7511주 전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 딜) 방식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364억 원을 확보해 진에어 등 새로운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런데 T-50 엔진 부분 납품업체이자 한때 KAI 인수설까지 나돌았던 한화 측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KAI 지분을 처리한 것을 두고 주식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오는 8월 중순, 늦어도 9월 초 발표할 미국 APT 사업 수주에서 록히드마틴사와 KAI 컨소시엄이 보잉-SAAB 컨소시엄에 밀려 수주는 물 건너갔다는 정보를 한화 측이 벌써 입수해 미리 처분한 게 아니냐는 설까지 나돌았다.

이 추측이 맞지 않더라도 KAI 민영화 때 인수가 가장 유력했던 기업이 보유 지분을 팔면서 KAI 민영화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그만큼 빠진 기대치가 주가에 반영됐다. 한화의 KAI 지분 처분은 곧바로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7일 장중 한때 4만 8800원까지 하던 KAI 주가는 8일부터 하락세로 바뀌어 마린온 사고 전날인 16일 종가 기준 3만 7750원까지 떨어졌다. 17일 0.66% 오르며 소폭 반등했던 주가는 이날 장 마감 이후 알려진 사고 소식으로 18일 9.34%, 19일 6.53%씩 급락했다. 12일간에 주가 34%(1만 6600원)가 빠졌다.

이번 '마린온' 추락 사고 원인이 제대로 규명돼 봐야겠지만 최소한 연내 첫 수리온 국외 수출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더불어 이번 사건으로 T-50 등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따라서 미국 APT 수주라는 특별한 모멘텀을 맞지 않으면 KAI는 2011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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