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탄력에 치적 경쟁도

십수 년째 표류하는 서부경남 KTX 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경수 도지사에 대응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치적경쟁 움직임마저 감지되는 상황이다.

'서부경남 KTX'라는 단어는 김경수 도지사가 '서부경남 경제 발전'과 'KTX'에 방점을 찍고자 이름붙인 것으로 그동안에는 '남부내륙철도'로 통용돼 왔다.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면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결국 지난해 정부재정사업으로는 '불가'하다는 기재부 최종 결정이 난 바 있다.

이후 홍준표 전 지사와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남부내륙철도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고, 현재 국토교통부 의뢰로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민간적격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지사는 취임과 동시에 '서부경남 KTX'가 재정사업으로 조기에 추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서부경남 KTX 재정사업화는) 정부와 협의가 잘되고 있다"면서 "다만 오송~평택 기존 노선이 복선인데, 이것만으로는 (서부경남 KTX가 건설됐을 때)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에 복복선화 논의가 진행 중이고 곧 결론이 난다"는 구체적인 진행상황까지 밝힌 바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서부경남 KTX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국토부도 긍정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서부경남 KTX와 관련해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난 바 있고, 국토부에는 그 필요성을 끊임없이 개진하고 있다.

이는 현재 KDI에서 진행 중인 민간적격성 조사와는 별개로 정부에서 다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행보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KDI 용역 결과가 재정사업 결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데, 그래도 경제성이 높게 나와야 정부가 재정사업을 결정할 때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에 재정사업 조기 추진을 요구하면서도 KDI 조사에서 경제성이 높게 나올 수 있도록 투트랙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중앙부처의 분위기와 이후 사업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서부경남 KTX'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높아가고 있다. 그동안 지역 정치인들이 중앙부처와 청와대 '입'만 바라보며 구체적인 사업 진행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던 이전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은 19일 논평을 내고 "남부내륙철도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반드시 재정사업으로 내년부터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특히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만 재정사업으로 2018년도 정부예산에 반영될 때, 당시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실세인 김경수 의원은 무엇을 하셨는지, 인제 와서 마치 대단한 성과라도 낸 듯이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김 지사가 서부경남 KTX 실현 가능성을 높여가는 행보에 대한 정치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서부경남 한국당 출신 의원들이 남부내륙철도 건설을 위해 노력해온 일을 고려했을 때, 김 지사에게 모든 공을 넘길 수 없다는 정치적 대응으로도 읽힌다.

이 같은 분석 근거는 한국당이 "이전 도지사가 계속해서 필요성을 강조해 온 것이고, 이미 정치권에서도 호남고속철도의 무리한 예산 편성을 볼 때 (남부내륙철도를) 안 해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힌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김 지사의 '서부경남 KTX' 행보에 더해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의 대응까지 겹쳐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부경남 KTX 실현 가능성을 더욱 방증하는 현상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의 논평에 대해 김경수 도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상식적이고 실현 가능한 선에서 하고 있고, 한국당의 논평은 더욱 잘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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