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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활짝]빈티지, 그냥 헌옷 아닌 가치 있는 옛날 옷

숨어 있던 보물을 찾아서
창원·김해·진주 등 가게 성업
가격 대비 품질 뛰어나 '열광'
시간 지날수록 값어치 상승도
주말 '내 스타일' 발견하기를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07월 20일 금요일

평소 빈티지 옷을 즐겨 입는다. 라벨 글자가 지워질 정도로 오래된 것들이다. 하지만, 원래 내 것이었던 것처럼 몸에 딱 맞고 편안하다. 물론 애초에 몸에 딱 맞고 편안한 옷들만 사기 때문이다. 누가 입던 옷이라 찜찜하지 않으냐고? 글쎄, 나 이전에 누가, 어떻게 입었는지는 상관없다. 내가 입고 길들이면 내 옷이 된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빈티지 옷 가게를 하는 친구가 제법 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긴 역사와 세밀한 분류, 창의적 열정과 남다른 정성이 빈티지 옷과 패션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빈티지가 무엇인지, 마니아들이 왜 빈티지에 열광하는지 정리해본다.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주택가에서 조그만 빈티지 가게 '리틀버드빈티지'를 운영하는 이노우에 리에(33) 씨, 김해시 봉황동에서 '응접실'을 운영하는 배우리(29) 씨, 진주시 중안동에서 리사이클다이어리와 모베터빈티지를 운영했었던 이수연(36) 씨에게 도움을 받았다.

창원 빈티지 가게 '리틀버드빈티지'.

◇빈티지가 도대체 뭐야? = 요새 말하는 빈티지(Vintage)는 조금 나이 든 이들에게는 구제(救濟)로 통용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빈티지와 구제는 다른 개념이다. 좀 더 세분하면 빈티지와 유즈드(used), 구제가 다 다르다. 빈티지는 대체로 1990년대 이전에 생산된 옷을 말한다. 엄혹하게 선을 긋는 이들은 1970년대 이전까지로 한정하기도 한다. 빈티지로 인정되는 상표들이 따로 있다. 혹은 상표 없이 원본 그대로 유통되기도 한다. 2차 대전 당시 해군 코트나 1910년대 사냥복 같은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역사가 오랜 미국 데님(denim·주로 청바지를 만드는 면직물) 의류는 생산 연도와 상표가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수집가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 빈티지 마니아들은 옷이 몇 년도 생산 제품인지, 어느 상표인지 꼼꼼히 따진다. 제대로 된 빈티지 가게 주인이라면 연도와 상표를 척척 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리지널 빈티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구제는 1990년대 이후 옷들이다. 새 제품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헌 옷이다. 부산 국제시장에 가면 바닥에 무더기로 쌓아놓고 파는 옷들을 생각하면 된다. 원래 구제는 한국전쟁 후 구호물자로 들어온 옷에서 유래한 용어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멋쟁이들이 입는 수입 의류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빈티지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유즈드는 최근 생산된 의류 제품의 중고를 말한다.

진주에서 운영했던 옷가게 '모베터빈티지'.

◇그래서 뭐가 좋다는 거지? = 마니아들이 빈티지에 열광하는 이유로 우선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는다.

"옷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옛날 옷들은 좋은 원단으로 아주 꼼꼼하게 봉제되어 있다. 단추 하나하나가 다 예쁜 것들이다." (이노우에 리에)

"굉장히 오래전에 나온 디자인이지만, 세련된 옷이 많다. 원단이 좋아서 오래돼도 옷이 상하지 않는다." (이수연)

빈티지 가게 운영자들은 주로 요즘 유행하는 패스트 패션과 비교를 했다. 이는 스페인의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 미국의 갭, 스웨덴의 H&M 등 상표로 대표되는 요근래의 패션 추세다. 최신 유행을 바로 반영해 빠르게 만들어내고 빠르게 유통하는 옷을 말한다. 오래 입을 생각으로 만든 옷이 아니기에 원단도 봉제도 딱히 엄청나게 좋게 만들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빈티지 옷들은 유일하다는 점을 든다. 똑같은 옷이 잘 없다.

"보통은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나만 특별한 느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이거 어디서 샀어 하고 가르쳐줘봤자 똑같은 것은 못 산다." (배우리)

김해에 있는 빈티지 가게 '응접실'.

◇무엇을 어떻게 골라야 하나 = 보통 주변에서 보는 빈티지 가게들은 1970년에서 1990년대 사이에 생산된 유즈드 제품을 많이 취급한다. 가격이 적당해지고 디자인이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주인의 개성이 강하게 반영된 가게가 좋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옷을 골라오기 때문이다. 빈티지 옷은 주로 부산, 인천, 대구 같은 대도시 도매상이나 전문 수집상에게서 가져온다. 더러 일본, 유럽에 직접 가기도 한다. 헌옷치고는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옷들을 구하려 들인 품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가격이다.

빈티지 패션을 즐기는 이들은 무엇보다 많이 입어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딱 맞는 색깔이나 스타일을 찾으라는 이야기다. 이는 빈티지 옷이 비슷한 품질의 새 옷보다 훨씬 저렴하기에 가능하다.

"사실 애정이 먼저다. 옷 입는 걸 굉장히 즐겨야 한다. 그러면 실패마저도 즐거움이다. 옷은 잘 입고 싶은데, 비싼 옷을 사기 부담스럽다면 빈티지를 선택하면 된다. 빈티지를 고르는 것은 보물찾기와 같다. 무난한 옷뿐 아니라 과감하고 독특한 것을 시도하는 재미도 크다."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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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