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인물 다르지만 열정이란 공통점
내적·외적 갈등에 치열히 맞서

<변산>을 <동주>(2015), <박열>(2016)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이라고 말한다. 이는 감독의 정의라기보다 영화를 알리는 제작사와 관객 입장에서 수월하게 분류한 것이다.

이 감독은 열세 번째 장편영화 <변산>을 내면서 함께 일했던 배우와 스태프 덕에 또 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변산>에서 주인공 학수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은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의 친구로 나오는 송몽규 역을 했고, 배우 최희서는 <동주>와 <박열>에서 모두 일본인 연기를 했다.

<박열>을 보면 자연스레 <동주>가 떠오르고 <변산>을 보면 <동주>에서도 글을 아주 잘 썼던 송몽규가 배우 박정민 얼굴에서 툭 튀어나온다.

이 감독의 청춘 3부작 중 첫 번째 영화 <동주>는 이름 그대로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이야기다.

흑백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윤동주라는 청년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에 어떤 고뇌를 안고 아파했는지 보여준다. 친구 송몽규와 다르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시를 쓰는 것.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식 이름으로 바꾼 후 읊는 '참회록' 일부다. 그의 삶은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저물었지만 그가 남긴 시는 여전히 많은 청춘에게 말을 걸어온다.

<박열>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박열(1902~1974)이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독립운동가로 무정부주의 운동에 투신한 아나키스트다.

이 감독은 대중에게 낯선 박열에게 매력을 느꼈고 영화로나마 그의 삶과 가치관을 알리고 싶었다. 영화는 내내 박열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자세히 말한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뜨거운 것이 쏟아져/내가 목욕을 할 때/나도 그의 다리에다/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나는 개새끼로소이다."

그가 1922년 <조선청년> 잡지에 기고한 시를 읽으며 엄혹한 시대에 적극적으로 항거하며 청춘을 불태운 그를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저항정신이 가득한 20대 청년을….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