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여고와 함께하는 과학·수학 페스티벌 올해 처음 일반인에 개방
분자요리·에코백만들기 등 27개 부스…학생 직접 참여
경남 6곳 '과학중점학교' 수학·과학교육 비중 높여
학교마다 체험·대회 다양

우유 팩을 담은 얼음 봉지를 들고 아이도 어른도 두 팔로 막춤을 춘다. 이는 얼음에 소금을 넣으면 '어는 점 내림' 현상으로 얼음이 빠르게 녹고, 얼음이 물로 변하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흡열 반응'을 알리고자 한 실험이다. 이렇게 얼린 우유에 연유와 과자를 올린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창원여자고등학교는 지난 14일 창원과학체험관에서 과학·수학 원리를 쉽게 이해하는 페스티벌을 열었다. 2011년부터 교육부 지정 과학중점학교인 창원여고는 중학생을 초대해 성과를 선보이는 행사를 매년 진행해왔다. 창원여고는 올해 처음 학교 밖으로, 유아부터 성인까지 대상을 확대한 행사를 개최해 과학중점학교 특징과 장점을 제대로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학중점학교란 무엇인지, 참가자들의 웃음과 감탄이 넘친 페스티벌 현장은 어땠는지 소개한다.

지난 14일 창원과학체험관에서 열린 '2018 창원여고와 함께하는 과학·수학 페스티벌'. 한 어린이가 창원여고 학생과 '팝핑보바'(과일 액을 알갱이 형태로 만든 디저트 원료) 체험을 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과학중점학교란

학생들은 적성과 상관없이 과학·수학 학업 부담감으로 이공계 선택을 꺼리기도 한다.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1학년 때부터 과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흥미를 이끄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교육부는 2009년부터 과학중점학교를 지정·지원하고 있다.

말 그대로 수학·과학 교육에 중점을 둔 학교다. 과학고는 아니지만 운영계획에 과학·수학 반영 비율을 높이고 과학실 4개, 수학교실 2개 이상을 갖춰 심도 있는 수업이 가능하다. 과학고 수업 60%가 수학·과학이라면 일반 고교는 30%, 과학중점 고등학교는 45%를 차지한다.

경남도교육청이 지정·운영하는 과학 중점학교는 1학년 때 연간 50시간 이상 과학체험 활동과 함께 과학 교양, 과학 융합 과목을 추가로 이수하게 된다. 2·3학년부터는 학년별 최대 4학급까지 과학 중점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뽀드득 내 얼굴' 클렌징워터 만들기 체험.

도내에는 창원여고를 비롯해 진주제일여고(2011년 지정)·김해 분성고(2012년)·창원남산고(2012년)·양산물금고(2015년)·마산용마고(2017년) 등 6개 학교가 과학중점학교다. 이 중 5년마다 심사 후 재지정된 학교가 4곳이다. 통영 동원고는 시설 지원을 통해 2019년에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마다 운영 계획서를 제출하고, 학교 상황에 맞는 행사를 기획·진행하고 있다. 창원여고는 과학·수학체험활동 외에도 융합과학대회, 과제 연구·교육 발표대회, 과학토론대회, 과학토크쇼, 과학토요 멘토링, 수학체험전, 별아띠 천체관측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게 과학·수학이구나!

대만 디저트 원료로 쓰이는 '팝핑 보바'는 과일 액을 알갱이 형태로 만들어 씹으면 톡톡 터져 즙이 나온다. 여기에도 과학 원리가 있다고? 있다.

분자요리를 주제로 한 부스에 초등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젖산 칼슘과 물을 40 : 1 비율로 섞어 준비하고 나서 알긴산 나트륨을 섞은 과일 농축액을 스포이트에 넣어 한 방울씩 떨어뜨린다. 과일 농축액이 빠르게 알갱이 형태로 변하자 초등학생들은 '와~' 감탄을 연발한다. 음식 재료 질감이나 조직을 물리·화학적인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해 맛을 창조한 '팝핑보바'를 사이다에 섞어주면 오감으로 과학을 느낄 수 있다.

수학 원리를 쉽게 이해하는 에코백 만들기도 성황을 이뤘다. 정다각형의 반복적인 무늬 배치를 통해 빈틈없이 평면이나 도형을 메우는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을 에코백 가방에 색칠해봄으로써 이해하는 것이다. 정다각형 중 쪽 맞추기가 가능한 정다각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이 있다. 돌고래를 위아래, 좌우로 돌려 도형을 메운 에코백은 금세 동났다.

고무동력 나비 만들기 체험 부스.

창원여고 학생들이 4시간 동안 27개 부스에서 체험 활동을 진행한 건 일종의 재능 기부다. 학교에서 배우고 터득한 과학·수학을 시민에게 쉽게 알려줌으로써 과학중점학교 역할을 홍보하는 셈이다. 유아·초등학생 자녀 손을 잡고 참가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체험하는 동안 과학 원리를 물으며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9살 딸과 손을 잡고 스탬프 투어를 한 황호진 씨는 창원과학체험관 누리집에서 행사 소식을 보고 찾았다. 황 씨는 "학생들도 배우는 처지인데 생각보다 쉽게 설명을 잘해서 놀랐다. 교사가 아닌 언니·누나로 눈높이 설명을 해주니 딸도 쉽게 이해하는 듯했다"며 "학생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쉬운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과학·수학 원리를 쉽게 풀어내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과학토론 동아리 스피카 회장인 박수영 학생(2학년)은 "밀도를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용어부터 설명하고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이유를 알리는 게 사실 어려웠다. 발포비타민에 탄산수소나트륨이 있어 물과 만나면 탄산과 이산화탄소가 생기고, 물보다 가벼운 이산화탄소가 상승하면서 거품이 난다고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어렵지만 직접 보여주면 '이건 뭐예요?', '왜 그래요' 하고 물어본다"며 "학생들 반응이 재밌고 내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섬유 별자리 조명을 함께 만드는 모습.

창원여고 학생들의 재능 기부는 앞으로 쭉 이어질 계획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이성원 교사는 "창원과학체험관에서 방학기간 도슨트(전문 안내원) 봉사를 해서인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진행했고 참가자들 만족도도 높아 행사를 매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는 행사 시간이 4시간밖에 되지 않아 아쉬워하는 시민이 많은 만큼 연령대를 세분화하고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학생들 역시 과학·수학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 듯했다. 한 학교가 준비한 작은 페스티벌이 참가한 400여 명 시민에게 과학·수학 흥미를 이끄는 작은 씨앗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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