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규명 협조" 입장문, 커지는 기체 결함 의혹
기술력 또 도마에 올라

해병대 소속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 이후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병대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4시 4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소속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대가 추락해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헬기는 이륙 직후 헬기 상단인 주로터 블레이드 부분에 연기가 발생했고, 블레이드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10미터 상공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헬기는 지난 1월 해병대가 인수한 마린온 2호기다. KAI가 개발한 육군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기반으로 상륙기동헬기로 개조한 파생형 모델이다. 해병대는 올해 마린온 1,2호기 인수를 시작으로 상반기 동안 총 4대를 인수해 전력화에 앞서 시험운행 중이었다.

이 같은 사고 이후 헬기를 납품한 KAI는 이날 저녁 사고 관련 입장이 담긴 간단한 자료를 발표했다.

KAI는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군 장병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며 "저희는 사고원인 규명과 대책수립을 위해 군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사고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KAI는 임원진과 기술진 등을 현장에 파견해 사고 조사위에 참여하고 있다.

KAI는 짧은 입장문을 낸 이후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주력 사업 중의 하나인 마린온 헬기가 추락한 데다 특히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사내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KAI 관계자는 "추락 사고도 문제지만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사내 전체가 더욱 침울하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편, 해병대가 '마린온'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 조사 결과는 2023년까지 총 28대의 마린온을 도입할 계획인 해병대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선 마린온 도입으로 첫 상륙기동헬기 전력화 계획을 추진해온 해병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사고 헬기 조종사는 비행시간이 3300시간에 달하고 미국 비행시험학교까지 졸업했기 때문에 조종 미숙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기체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육군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상륙기동헬기로 개조한 마린온은 올해 상반기 4대가 해병대에 납품됐다. 사고 헬기는 올해 1월에 납품된 마린온 2호기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하반기에 마린온 2대를 추가로 해병대에 납품한다는 계획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조사 결과 기체 결함으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나면 매년 4~6대를 납품해 2023년까지 마린온 28대를 전력화한다는 군 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마린온의 원형인 육군 기동헬기 수리온도 2012년 말 전력화 이후 크고 작은 사고를 내며 결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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