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지원센터 조사, 34.5% "냉방용품 필요해"
선풍기 없거나 고장 15% "에어컨 틀 경제력 없어"

"더운 걸 어떻게 모르겠노. 선풍기도 감지덕지하지."

푹푹 찌는 18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한 홀몸노인 가정을 방문했다. 33㎡(10평) 남짓한 집에 사는 조갑순(84) 할머니는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에 얇은 옷을 걸치고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폭염을 견디고 있었다.

이 집에서 50년을 넘게 살았다는 할머니는 "예전에는 부채 가지고만 살았다. 더워서 어디 나가지는 못하겠고 혈압약이나 안과 질환 처방약을 받으러 갈 때만 나간다. 거리에 나설 때는 이른 아침 외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선풍기 한 대만으로도 감지덕지다"고 했다.

할머니 집에서 선풍기 외에는 여름을 날 수 있는 물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뜨거운 여름을 나는 것이다. 선풍기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은 열기가 가득했지만 할머니는 "전기료 아깝다"며 선풍기 바람도 미풍을 고집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홀로 사는 조갑순 할머니는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뜨거운 여름을 나고 있다. /박종완 기자

박홍석 마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홀몸노인들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살아간다. 에어컨을 틀 경제력이 노인들에겐 없다. 시원한 것은 알겠지만 전기료가 없는 그들에게 에어컨은 사치품에 불과하다"고 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18일을 기준으로 전국의 노인돌봄서비스 대상 홀몸노인은 24만 3686명이다.

노인지원센터는 홀몸노인 11만 3813명을 대상으로 폭염 대비용품 수요현황을 조사한 결과 34.5%(3만 9248명)가 냉방용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선풍기가 없거나 교체가 필요한 홀몸노인도 14.9%(1만 6964명)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중 절반에 가까운 홀몸노인이 더운 여름을 맨몸으로 받아내는 셈이다. 여름의류나 여름침구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한 이도 각각 41.4%, 46.7%로 나타났다.

경남(2만 2599명)은 경기(3만 4301명), 전남(2만 6434명), 경북(2만 5332명), 서울(2만 5245명)에 이어 노인돌봄서비스 대상 홀몸노인이 전국에서 5번째로 많았다.

노인지원센터 관계자는 "많은 홀몸노인이 여름철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16개 시·도 광역센터와 241개 수행기관을 통해 독거노인 24만여 명에게 전화나 방문을 통해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불볕더위가 계속됨에 따라 어르신들이 무더위에 밖에 나가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홀로 사는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계속 신경 쓸 것이라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