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논란 속 사회적 연대의식 고민
자영업으로 내몬 '고용지옥'짚어봐야

현실은 무시하며 타인의 어려움을 쉽게 내뱉는 차디찬 시선이 소셜 미디어(SNS)에서 난무한다. 보수 성향 미디어가 최저임금 인상을 '절대 악'인 양 여기는 것도 불편하지만 이런 시선 탓에 자영업자가 더 아파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니, 그 정도 임금도 주지 못하는 사업장, 그 정도 알바비도 안 주고 장사하려면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 그 정도도 못 주면 접어야지."

이런 반응을 내놓는 이들 중 자신을 현 정권 친화적으로 여기는 이가 의외로 많다. 또한, 이들 상당수는 최저임금이 저소득 노동자를 위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하도록, 각자 부담할 몫을 조금씩 부담해서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여기는 나름 '의식 있는 시민'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런데 그 '의식 있는'에는 하나가 빠진 것 같다. 바로 '연대감(의식)'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아시아에서 근대적 민주주의가 나름 성숙한 나라라고 여기지만 자본주의 역사가 긴 서구처럼 '계급·계층의식'이 성장하고 축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의식 있는'에 '계급·계층의식'이 축적된 사회적 연대 의식이 종종 빠져 있다. 그래서 적잖은 사회학자들은 '한국 시민의식'을 '탈계급·계층적 시민 의식'이라고 종종 지적한다.

'사회적 연대 의식'은 자기 계급적 위치와 소득 수준을 기반으로 삶과 문화 향유, 언어 사용 형태가 비슷한 이가 갖는 동질감에서 비롯한다.

이 동질감에 바탕한 연대의식은 '동정' 수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의식'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경남만 해도 올해 4월 말 현재 전체 취업자 173만 300명 중 자영업자 47만 1000명, 무급가족종사자 10만 7000명 등 자영업·소상공인 수가 57만 8000명에 이른다. 도내 전체 취업자의 33.35%다. 이 수많은 자영업자 중 자발적으로 자영업을 택한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취업 자리가 없어 내몰린 이들이 대다수다. 그런데도 기존 카드 수수료, 임차료, 프랜차이즈 비용에다가 건국 이래 최대 수준인 2년 새 29%에 이르는 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들의 호소가 그렇게 이해가 되지 않을까?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보다는 '그 돈 못 주면 접어라'는 잔인한 말을 그토록 쉽게 내뱉을까? 고용 지옥인 우리 사회에서 그 돈도 못 줘 장사를 접은 이가 할 게 뭐가 있겠나? 수많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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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은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빈부격차 해소,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책 실현은 늘 삶의 현장 속에 있고, 긍·부정적 영향이 함께 튀어나온다. 부정적인 영향이 확인되면 관련 대책을 수립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정말 의식 있는 시민이고자 하면 연대감 없는 '차디찬' 시민 의식보다는 자영업자의 현재 울분의 바탕이 뭔지 더 들여다보려고 하면서도 최저임금 정책 기본 방향은 덜 훼손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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