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 버리고 인간으로 대해야
난민 정책에도 공존의 접근법 필요

예멘 난민의 유입으로 한국인들은 딴 나라에서만 일어날 줄 알았던 일을 눈앞에서 맞닥뜨리게 되었다. 사람은 모르는 것을 만나면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호의 아니면 배척. 기실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기대어 낯선 것에 반응한다.

따지고 보면, 난민은 우리에게 전혀 낯선 존재가 아니다. 현재 2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이주한 난민들이다. 그러나 탈북 난민과 예멘 난민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다. 탈북자들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말자, 우리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꾸 받아들이느냐, 탈북자들이 서민 일자리 빼앗는다…. 이런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동포주의 또는 적대의식이나 보수적 태도, 탈북민 유입을 남한체제의 우월성 입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들을 대놓고 배척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즉,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태도는 합리적인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매우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예멘 난민을 떨떠름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에게 극도의 적대의식을 드러내는 이들은 이슬람교를 해괴한 사교로 보거나, 자기보다 힘이 없거나 도움이 필요한 자를 멸시하거나 혐오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이런 태도의 정반대 쪽에 드물게 호의적인 시선이 있기는 하다. 그중 하나가 '손님론'이다. 난민은 우리를 스쳐가는 손님이니 있는 동안에나마 잘해주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잘사는 나라로 이주한 사람들이 본국의 포성이 멈췄다고 해서 돌아가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불편한 진실일 것이다. 예멘 난민의 절대 다수가 남성인 것은 가족을 대표하여 터를 닦기 위해 먼저 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는 정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동이다. 난민이 얻을 수 있는 거주비자는 시간이 지나면 영주권과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그러니 난민은 잠시 있다가 갈 사람이라기보다 한국에 정착하고 내 이웃이 된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 특히나 태어나고 자랐던 사회가 전부인 줄 알았다가 잘사는 나라에 와서 세계화의 불균형이나 자국과의 크나큰 경제 격차를 절감할 경우 희망 없는 모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난민을 동정하고 불쌍히 여기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난민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쌍한 사람, 우리 도움이 없다면 죽을 사람으로 이미지 메이킹하는 것은 그들을 대놓고 배척하는 것 못지않게 편파적인 시각이다. 난민을 생존의 위기에서 자신의 나라를 떠났고 긴급한 손길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는 것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시선이 같을 수 없다. 난민에 대한 혐오를 경계하며 불필요한 동정론이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진정 난민들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당연한 말이지만, 난민은 천사도 악마도 아니다. 그냥 우리와 하등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사람이다. 희망 없는 모국을 떠나 잘사는 나라에 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이 난민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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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난민은 기초수급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생계비나 의료비 거주 비용 지원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내국인의 불만이 나올 법하다. 이참에 정부가 복지 제도를 튼튼히 하여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난민 정책과도 연결된다. 난민 정책이 우리 안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거니와, 난민은 결국 우리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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