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 금액, 편의점 1인 인건비 증가액과 비슷"
영세자영업·소상공인, 요율 인하 필요성 호소

'카드 수수료 인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카드 수수료율 0점 몇 프로가 수치상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엄청난 차이를 준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최저임금 인상 여파 대책 가운데 하나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잇따라 언급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서울지역 소상공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직접 약속했다. 앞서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타격에 대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언급, 사회적 논의에 불을 댕겼다.

정부는 지난해 '영세 가맹점(적용 수수료율 0.8%)' 범위를 기존 2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조정했다. 또한 '중소 가맹점(적용 수수료율 1.3%)' 범위를 기존 2억~3억 원에서 3억~5억 원으로 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들 영세·중소 비율은 전체 가맹점의 약 84%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범위 확대로 연 매출액 2억∼5억 원 소상공인들은 연평균 80만 원 내외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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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을 진열하는 편의점주 모습./경남도민일보DB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들 영세·중소 가맹점을 제외한 5억 원 이상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2.08%였다. 카드 수수료 상한은 현재 2.5%에서 내달 2.3%로 낮아진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전반적으로 1% 이하까지 언급되는 분위기다.

김진표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카드 수수료가 사실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도 자영업자들을 더 괴롭혀 왔다"라며 "가맹점 카드 수수료는 1% 이하까지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수료 부담과 인하 폭에 따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8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61) 씨 사례를 들여다봤다. 박 씨는 하루 매출을 대략 130만 원으로 잡았다. 한 달이면 3900만 원이다. 현재 카드 수수료율 1.3%를 적용하면 매월 부담해야 하는 카드수수료가 50만 7000원이다. 그런데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수치, 예를 들어 0.8%까지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31만 2000원으로 줄어든다. 즉 수수료율 부담은 0.5%p 인하 때 월 19만 5000원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박 씨는 "일반 사람들은 겨우 10만~20만 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에게는 이 정도도 정말 큰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박 씨는 "특히 편의점 같은 경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금을 사용하는 이가 더 많았지만, 이제는 99% 카드결제라고 보면 된다"며 "이 때문에 카드수수료율 0.1%도 아주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 논의의 시발점인 '최저임금 부담'과 비교해 보면 이렇다. 박 씨 같은 경우 아르바이트생에게 하루 8시간을 맡긴다. 현재 최저 시급 7530원을 적용하면 한 달 180만 7200원이다. 내년 최저 시급 8350원을 적용하면 200만 4000원이다. 즉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액은 19만 6800원이다. 이는 카드수수료율 0.5%p 인하 때 줄어드는 부담 19만 5000원과 맞먹는 수치다.

지난 5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6·13 지방선거 연계, 지역 소상공인 정책 현안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가운데 31.7%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중요 정책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 필요성은 단순 수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카드수수료는 불공정·불균형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등으로 오히려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드수수료 차별에 억장이 무너집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1만 7000여 명이 동의 뜻을 나타냈는데, 이 글은 "카드수수료 문제 핵심은 (대기업과 영세상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대체로 연 매출 5원 원 넘는 편의점업계 같은 경우 평균 카드수수료율은 2.3∼2.4%였다. 반면 백화점·대형마트는 이보다 낮은 2.04%, 1.96%였다. 또한 연 매출 1000억 원 넘는 대형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1.91%에 그쳤다.

승장권 창원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영세 상인보다 대기업 수수료가 더 낮은, 이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바로 잡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여신금융협회 등 관계 기관과 태스크포스를 꾸려 수수료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며,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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