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노인 2명 온열질환 숨져…지자체, 외출 자제 신신당부

"어찌 된 기 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습니더. 이래 갖고 여름을 어찌 보내것노!"

초복인 17일 낮 12시 밀양시 산내면에서 얼음골사과를 재배하는 농민 김모(68) 씨는 더위에 지쳐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씨는 폭염주의보가 이어지는 요즘, 새벽 4시에 사과밭에 나가서 오전 9시까지 일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햇볕이 살을 에는 낮시간대에는 도저히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아 길거리 점포에서 사과를 판다. 그러다 해가 기울어지는 오후 5시에 다시 사과밭으로 가서 작업한다.

이른 무더위로 농촌지역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이날 경남지역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등 폭염이 계속됐다. 고온과 높은 습도로 열사병과 탈진 등 온열 질환자도 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온열질환으로 4명이 숨졌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2명이 김해와 창원에서 밭일 등을 하던 86·84세 할머니들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낮 시간대 밭일 등 농사 활동을 자제하라고 거듭 안내하고 있다.

사천시 용현면 한 마을 주민들이 17일 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허귀용 기자

산청군 산청읍 내리에 사는 정모(95) 할아버지는 "밭에 논에 심어놓은 작물관리도 중요하지만 볕이 뜨거워 사람이 죽겠는데 어떻게 들에 가노? 한낮에는 절대 들에 못 간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낮에는 마을회관에 설치된 에어컨 틀어놓고 노는 것이 최고의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다"며 "한낮에 들에 가서 일하지 말라고 하는 방송도 하루에 두 번씩 마을회관에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사천시 용현면 한 경로당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모여 있었다. 조성호(62) 이장은 "무더위가 계속돼 마을 어르신들이 한낮에 일을 나가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고, 되도록이면 에어컨이 잘 나오는 경로당에서 더위를 식히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순자(69) 할머니는 "휴대전화로 폭염특보 등을 보내주고 있어서 메시지가 오면 절대 밖에 안 나간다"며 "밭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보통 새벽 5시 시작하고, 몇 시간만 일하고 바로 집으로 오고, 너무 더우면 경로당에서 쉰다"고 했다. 백연순(86) 할머니는 "자식들이 걱정이 돼 밭에 나가지 말라고 하고, 조심하라고 자주 전화가 온다"고 했다.

한진숙 용현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 담당은 "마을을 돌며 어르신이나 독거노인들이 바깥 출입을 자제하도록 신신당부하는 등 홍보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무더위쉼터로 이용되는 경로당에서 에어컨이 잘 나오는지, 고장은 없는지 항상 확인하고 있다"면서 "마을 이장들에게 문자를 수시로 보내 폭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시·군 농촌지역도 마찬가지다. 도내 시·군마다 긴급 폭염대책 회의를 열어 취약계층 보호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경남농업기술원은 폭염 속 농작물 관리와 폭염특보 발령 시 농업인 행동요령을 당부했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작업 중 오래 휴식하기보다 짧게 자주 쉬는 것이 좋다. 작업 중 15~20분 간격으로 1컵 정도의 시원한 물과 염분(물 1ℓ에 소금 1/2작은술)을 섭취해 탈수증을 예방한다.

폭염경보 발령 시 낮 12시~오후 5시 사이에는 시설하우스나 야외작업을 하지 않는다. 고령, 신체 허약자, 환자 등은 외출을 삼간다. 온열질환 발생 시 응급처치요령은 먼저 의식이 있는지 확인한 후 시원한 곳으로 이동한 후 신속히 119구급대나 가까운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의식이 있을 경우 얼음물 등 음료를 마시게 한다.

/자치행정2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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