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필요성 강조…창원-김해 갈등 조정자 역할 중요·실패 땐 도정 발목

김경수 도지사가 창원과 김해를 잇는 '비음산터널' 개통 필요성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비음산'이 향후 경남도정의 갈등 진원지가 될지, 아니면 협치의 성과로 기록될지 주목된다.

'비음산터널' 개통 논란은 10년 넘게 이어진 것으로 '창원터널'이 교통량 과포화 상태에 이른 지 오래됨에 따라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단골 쟁점이 됐다.

김경수 도지사는 이와 관련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경남 교통과 도로 상황을 보면 비음산터널은 꼭 있어야 한다. 교통 흐름상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도 "창원시민이 (인구유출과 환경파괴 등을) 우려하는 것도 현실이니, 그 우려를 최소화시키면서 창원시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사업과 묶어서 (비음산터널을)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에 앞서 정의당 경남도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음산터널은 교통혼잡과 환경파괴, 지역주민 반대, 창원인구 유출, 김해복합스포츠레저단지와 연계성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경남도에서 공식적으로 비음산터널 개통 정책을 꺼내들기 전에 선제적인 반대 의사 당론을 표명한 셈이다. 정의당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창원지역 도의원과 시의원들은 비음산터널의 기대효과보다는 창원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걱정에 좀 더 경도돼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창원지역 정치인과 시민단체 반대운동이 지속된다면 비음산은 또다시 경남도정의 갈등 진원지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김경수 지사가 비음산터널과 연관된 "창원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언급한 만큼 창원시와 김해시를 모두 만족시키는 협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역시 주목된다.

김해시는 '비음산터널' 개통에 도시 경쟁력 확보의 사활을 걸고 있다시피 하는 만큼 크게 문제 될 게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창원시다.

안상수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김해시 특강에서 비음산터널 개통을 약속했다가 부랴부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1년 전 창원시는 "기존 (2006년) 대우건설이 제안한(사파IC, 토월IC 등) 비음산터널에 대해 찬성한 적은 없고, 새로운 노선의 비음산터널에 대해 협의하는 것은 찬성한 것"이라고 밝히며, 창원에서 일기 시작한 비음산터널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느라 애를 먹었다. 예상보다 반발이 심했고, 1년 후에는 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안 전 시장은 공을 창원시정연구원에 넘겼는데, 창원시정연구원은 "비음산터널로 말미암아 창원시가 극복해야 할 환경, 교통체증, 인구 유출입 등 정책과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용역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창원시 관계자는 "12월이 돼야 용역 결과가 나올 거 같다. 현재로서는 비음산터널과 관련한 어떠한 행정행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허성무 시장의 견해는 무엇일까? 허 시장은 당선인 시절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교통이라는 건 원활해야 한다"는 원칙적 견해를 밝히면서도 "비음산터널이 만들어진다면 105만 인구가 100만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우려를 표했었다.

결국 경남도가 나서 창원시와 김해시를 중재하고, 창원시에서 대안 노선을 제시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지사 역시 비음산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중간에서 조정해야 하는 사업이라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도지사-창원시장-김해시장'이 비음산에서 협치의 결과물을 내놓을지, 아니면 창원시민의 여론 악화가 지속되면서 경남도정의 발목을 잡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여기에 더해 민자사업이 구체화하면 특혜논란이 일 수 있고, 창원시 대안노선 제안이 김해시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 등도 넘어야 할 산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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