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상회] (13) '소리가방공장' 전배원 대표
가방 속에 음향부품 달아, 수제 휴대용 스피커 제작
취미로 출발해 사업으로…독특함, 젊은 세대에 인기

낡고 오래된 가방을 세상에서 하나뿐인 휴대용 스피커로 변신시켜 새 생명을 찾아주는 이가 있다. 의령군 가례면에 있는 '소리가방공장' 전배원(41) 대표는 친한 동생 김경민(38) 씨와 함께 30~50년 된 가방을 이용해 휴대용 스피커를 만든다.

"3년 전에 경민이가 빈티지 가방을 스피커로 만든 것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걸 봤어요. 무척 예뻐 보였어요. 경민이에게 바로 연락했어요. 조언을 구해 직접 만들어 봤어요. 그리고 각자 만든 붐박스를 들고 어느 카페에서 만났죠. 함께 청음해 봤는데 소리가 제법 괜찮았어요. 그날 붐박스를 '소리가방'이라고 이름 짓고 같이 소리가방을 만들어 보기로 의기투합했죠."

소리가방공장 전배원 대표는 낡고 오래된 가방을 이용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휴대용 스피커로 제작한다. /소리가방공장

각자 직업이 있었기에 부업으로 시작했다. 가진 자본금은 각자 주머니에서 나온 200만 원이 전부였다. 작업실은 전 대표 부모님댁의 화장실을 빌려 쓰기로 했다. 변기와 욕실 가구를 빼내고 작업실로 꾸몄다. 200만 원 중 170만 원을 소리가방 제작에 필요한 공구, 자재를 구입하는 데 썼다. 부업이었지만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전 대표는 사업자등록을 냈다.

소리가방은 국내에서는 낯설었기에 만드는 일도 만만찮았다. 외국에서 제작한 사례를 참고해 두 사람만의 방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빈티지 가방과 앰프 등 재료는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외국 쇼핑사이트를 통해 직구했다.

가방마다 재질이 다르고 오래돼 구멍을 뚫고 개조하다보면 균열이 생겨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두 사람의 소리가방은 완성도를 갖춰갔다. 초기에는 음악재생기기를 유선으로 연결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블루투스로 무선 연결할 수 있다. 충전식 건전지도 내장해 휴대성을 갖췄다.

소리가방공장이 가방을 이용해 만든 휴대용 스피커 '소리가방'들. /소리가방공장

"우리가 만든 소리가방은 휴대성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어요. 대신 고가 오디오장비와 음향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예요. 그러나 시판되는 20만 원대 블루투스 스피커보다는 확실히 성능이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도 '생각보다 소리가 좋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앰프, 스피커 등 부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 사람이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스피커 하나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 게다가 주업이 따로 있어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200개 이상 제작해 판매했다. 주 구매층은 20~30대 젊은 층이지만, 40대 이상 캠핑족들도 제법 많이 구매한다.

소리가방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 대표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스피커'라는 점을 꼽았다.

"우리가 제작하는 소리가방은 같은 게 단 하나도 없어요. 같은 가방이라면 스피커 배치를 달리합니다. 그게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찾는 이유인 것 같아요. 또, 어느 곳에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소리가방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소리가방공장은 지금까지 슈트케이스뿐 아니라 옛날 도시락가방, 캐리어, 공구상자, 화구상자 등을 소리가방으로 만들었다.

"소재에 제약이 없습니다. 울림통이 있는 물건이면 모두 소리가방으로 만들 수 있어요. 앞으로는 타이어를 스피커로 만들어 볼 생각도 있습니다."

전 대표는 취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전업으로 할 계획도 세웠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에는 본격적으로 소리가방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2층짜리 건물을 지어 1층에는 카페를 둬 벽면 전체를 소리가방으로 꾸며 판매하고, 2층에는 작업실을 둬 고객들에게 제작 공정을 공개하고 청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한편, 소리가방공장은 온라인과 전화 주문으로 스피커를 판매한다. 또, 고객이 원하면 특별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구매 문의는 휴대전화(010-9345-4020) 또는 카카오톡(ID : Baewony7 또는 duomo80)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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