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왔더라도 성년후견인 없어 안 돼"
주민센터 등록 거부했다 "업무 미숙" 뒤늦게 사과

"장애인은 인감 등록할 때도 차별을 받아야 합니까?"

지난 5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주부 박모(48) 씨는 창원시 월영동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성인이 된 자녀의 인감을 등록하려 했지만 인감등록은 하지 못했다. 당시 주민센터 직원은 장애인이 부모와 함께 왔는데도 성년후견인을 데려와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또 인감등록 절차를 위한 연습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두 차례 방문에 담당 공무원은 인감등록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이에 박 씨는 경남느티나무장애인부모회에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박 씨는 "말도 못하는 다른 장애인은 부모와 함께 가 인감을 등록했는데 유독 이 주민센터는 왜 안 해주냐"면서 "집도 사야 하고 은행 거래도 해야 하는 우리 아이에게 인감 등록은 중요하다. 특히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지 말라는 것과 성년후견인을 데려오란 말은 앞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차별이다"고 했다.

성년후견제는 부모가 없는 경우 친족이나 검사,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가정법원에 신청할 수 있으나 성년후견 필요 없이 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는 신청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현재 성년후견제도는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지만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권리를 부정하기 위한 제도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행정안전부는 '인감증명법 시행령 및 본인 서명 사실 확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법원이 한정후견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한 경우를 제외하고 정신적 제약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 피한정후견인이 인감증명서와 서명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이 본인의사표시를 분명히 하면 성년후견인이 없어도 인감증명을 받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행안부 관계자 말과 달리 행정 일선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배선이 경남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김해지역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적 있고, 다른 주민센터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다. 인감등록 외에도 주민센터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부모와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월영동주민센터 관계자는 "담당자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일반인과 같다고 생각하고 업무를 진행하려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면서 "해당 문제가 발생한 가정에 직접 방문해 인감등록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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