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봉명중 수학여행 발표회, 정해진 코스 단체여행서 탈피
1~5인 소규모 수학여행 눈길…학생 스스로 주제·장소 결정
교사·학부모 만족도 높아, 도내 교사 100명 참관 '쫑긋'

획일적인 수학여행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하는 경남지역 중·고등학교 교사 100여 명이 김해 봉명중학교에 모였다. 이 학교 수학여행은 무엇이 달랐기에 교사들이 온 것일까?

행복학교인 봉명중은 올해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다녀왔고, 그 성과를 모아 지난 12일 발표회를 열었다.

봉명중 2학년 수학여행은 4월 주제 탐구부터 7월 결과 발표까지 3개월 동안 교육과정과 연계해 진행됐다. 1명이나 최대 5명으로 꾸린 2학년 7개 반 54개 모둠은 역사·진로·경제·인물·공간 등 다양한 주제를 잡아 활동 장소를 정했다.

학생이 가고자 하는 여행지 선택, 사전 준비와 계획, 여행을 다녀와서 느끼고 깨친 것을 정리해 발표하는 과정이다. 사회적경제를 택한 2학년 1반 학생 4명은 '서울과 만나는 공정 여행-수학여행 프로젝트'를 준비해 성미산 작은나무 카페, 효자 베이커리, 서촌 피자집, 착한 커피공장을 다녀왔다.

김해 봉명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지난 12일 학교 강당에서 4월부터 7월까지 교육과정과 연계한 수학여행을 다녀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서울의 아픈 역사'를 주제로 서대문형무소, 탑골공원, 경복궁을 다녀온 이소영·김미지·주혜진·장효영 학생은 일제강점기 서울의 모습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특히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돼 고문당하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서대문형무소에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소영 양은 "형무소 사형장은 차갑고 서늘한 기운에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독립운동가의 희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을 학교 교육과정에 끌어들여 재구성한 봉명중 사례를 참고하고자 창원중앙중 교사 4명이 발표회에 참석했다. 창원중앙중은 올해 봄, 일반 학교와 다르지 않은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박수진 교사는 "도전과 협력을 배울 수 있는 수학여행을 기획하고 싶지만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염려된다. 최근 수학여행에서 한 학생이 쓰러졌는데 인솔교사가 즉각 대처를 하지 못했다며 학부모가 교사를 고발한 사례가 있다.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우연한 사고도 교사와 학교 책임이 되다 보니 선뜻 변화를 시도할 수 없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국외 수학여행 증가 추세에 대해 윤병해 창원중앙중 교사는 "학생의 경제적 사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지원이 되면 모를까, 같은 마음으로 출발하는 여행이 되지 않는다면 국외여행은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교사는 자유학기제에 봉명중 수학여행 프로젝트를 접목해 지역 여행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의 아픈 역사를 주제로 여행을 다녀온 (왼쪽부터) 2학년 장효영, 이소영, 김미지, 주혜진 학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학부모들도 테마형 수학여행에 만족했다. 발표회에 참석한 신복란 씨는 "서울지역 경찰 협조가 전제됐기에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무턱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수업 중 학생들 머릿속에서 몇 번을 다녀온 코스다. 계획과 실제가 달랐다면 다른 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을 테고, 같았다면 성취감을 맛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옥정표 씨는 학생 의견을 반영하느라 힘들었을 교사들 수고에 감사를 표했다. 옥 씨는 "서울까지 각자 표를 끊어 비행기를 이용했다. 교사 처지에서는 버스로 이동하는 게 편하지만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 방식에 교사들이 지지하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로 수학여행이 즐거울 수 있지만 여행을 기획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은 재미와 앎이 두 배가 된다. 김휘소 학생은 이번 수학여행을 통해 여행의 참맛을 알았다고 말했다.

"3살 많은 언니가 봉명중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에서 정한 코스대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어요. 자립마을이란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것을 보고 언니가 신기하고 부럽다는 말을 할 때 이번 수학여행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살아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이런 게 진짜 수학여행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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