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고통받는 현장-미등록 경로당
경남 224곳 지원 안 돼 힘든 여름…행정에선 "부담 커"

"겨울에 춥고, 여름에는 너무 덥다고 지원 요청했지만, 내내 답이 없다 아이가."

16일 오후 폭염 속에 창원시 가음정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80대 어르신 2명은 더운 선풍기 바람에 땀을 훔치며 말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2017년 12월 27일 자 1면에 '미등록 경로당 혹독한 겨울'이라는 보도를 했지만, 이곳 미등록 경로당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혹서기 어르신들의 여름나기는 여전히 힘에 부쳤다.

9.9㎡(3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서 박묘순(80), 안순덕(83) 할머니 얼굴에는 연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들은 인근에 살면서 이웃을 만나거나 잠시 쉬러 경로당을 찾는다. 시장에서 파를 다듬는 일거리를 가져와서 경로당에서 함께 일하기도 한다.

땀을 닦으며 부채질을 하던 할머니들은 답답하다며, 창문도 활짝 열었다. 더운 공기가 창문을 연다고 시원해질 리 없다. 경로당에는 라면, 화장지, TV가 놓여 있다. 얼마 전 냉장고를 하나 들여놨다. 이곳 가구들은 버려진 것을 가져온 재활용품이다.

더운 날씨를 보인 16일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삼선아파트 경로당에서 박묘순 회장 등 할머니들이 선풍기와 부채에 의지한 채 더위와 싸우고 있다. 이 경로당은 등록되지 않은 곳이라 무더운 여름에도 냉방이 되지 않는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박 할머니는 "많을 때는 20명 가까이도 찾았는데, 요즘은 덥다 보니 발길이 많이 줄었다. 에어컨이 없지만 에어컨을 들여놔도 전기료 지원이 안 돼서 못 틀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난방을 위해 보일러를 일부 설치했지만, 이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더 들여야 해서 겨울에 켜지도 못했다.

할머니는 "아파트 인근 노인들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다. 아파트 노인회장을 맡고서 5년 전부터 지원 요청을 하며 창원시를 찾았지만, 지원을 못 해준다는 답변만 들었다. 진짜 엄청스레 다녔다"고 했다.

경로당 지대가 낮아 비가 오면 바닥에 물이 차서 시멘트를 부어서 바닥을 높이는 공사도 아들과 직접 했다. 박 할머니는 "시에 지원해달라고 해도 잘 안 되고, 인근의 다른 곳으로 확장해서 옮기려고 해도 잘 안됐다. 답답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술이나 한잔 받아오라'고 했다"며 웃었다.

창원시는 이 경로당이 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작년을 기준으로 이 경로당을 포함해 3곳이 미등록 경로당이다. 후원을 하고자 하는 곳이 있으면 연계는 해주고 있다"며 "미등록 경로당은 컨테이너 가설 건축물이거나, 건물, 인원 기준이 안돼서 지원이 어렵다. 미등록 3곳을 지원하면, 기준이 충족 안 되는 다른 곳도 지원 요청을 할 수 있기에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로당 지원 기준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 이용자가 읍·면 지역은 10명, 동 지역은 20명 넘고, 20㎡ 이상 거실과 화장실, 전기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건축물대장에도 '노유자 시설'로 표시돼야 한다. 이 기준에 맞아 지원받는 도내 등록 경로당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7326곳이다. 시·군은 등록 경로당에 냉·난방비, 양곡비,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 1곳당 연간 운영비 108만 원, 프로그램비 80만 원, 난방비 150만 원, 냉방비 20만 원, 양곡비 28만 4480원 등 총 386만 4480원이 지원된다.

경남도는 작년 상반기 미등록 경로당 집계 결과, 경남 전체에 224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시설, 인원 등을 충족하지 못한 미등록 경로당은 지원이 어렵다. 함안, 남해, 거창, 합천군 등은 지원 조례를 만들어 미등록 경로당도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등록 경로당이 너무 많아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군에서 미등록 경로당까지 다 지원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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