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혁명 도정 2주 뚜렷한 행보 안보여
비리·부패 발본색원 시기 놓치지 않아야

김경수 지사가 취임한 지 오늘로 열엿새가 지나간다. 이달 2일 취임 선서를 했으니 정확하게는 2주간 경남의 살림 사정과 인적 현황을 섭렵한 셈이 된다. 모든 것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는 하다. 그러나 인수위원회 기간까지 고려하면 대략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채무 제로의 허상을 진단한 것도 인수위였다. 그래서 지금쯤이면 앞으로 가시밭길 도정을 헤쳐나갈 복무철학이 어떤 것인지 윤곽이 드러날 만한데 별다른 진동이 와 닿지 않는다. 성동조선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을 찾아 전직과는 다른 소통의 이미지를 전파하는 것으로 차별화의 절차적 통과의례를 선보였다고 자신하고 있을까. 김두관·홍준표 등 전임 지사들이 당선을 기다렸다는 듯이 각각의 정치적 색깔을 선명히 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정책기조를 구체화하기에 바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선거혁명에 버금가는 성공신화를 이뤄냈고 역대 어느 후보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화제의 당사자치고 취임 후의 행보는 오히려 정중동에 가깝다. 도청 정문 문패 슬로건을 '완전히 새로운 경남'으로 임시 교체한 데 더해 거대한 변화의 여정을 열겠다고 선포하고 새로운 미래와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다짐한다. 아름다운 말의 성찬이요 듣기 좋은 노랫말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새겨볼 만한 얼개가 발견되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경남과 경남 사람들이 치러야했던 유형무형의 상실감을 어떻게 치유해 줄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하나씩 추한 이면을 드러내고 있는 채용비리에 대한 접근법도 날씨처럼 후덥지근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식적인 자체 감사를 앞세워 건수별 수사의뢰로 안이하게 대처하는 인상이 짙다. 엎드려 잠복한 비리나 부패를 발본색원해서 엄벌할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읽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로 해서 불이익을 받은 탈락자는 구제할 의사를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 아직은 안갯속이다.

김 지사를 있게 한 다수 도민의 기대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정권교체의 원동력이 된 촛불민심을 이어받아 살맛 나는 경남으로 발돋움시켜 달라는 것이다. 다만, 성급함을 앞세우지는 않을 뿐 때가 되면 뭔가 신호탄이 쏘아 올려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 여론의 중심에 홀로 서 있는 이가 누구인지는 말 안 해도 다들 안다. 도정의 연속성을 중시한다는 일반적 감상법으로 과거를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어받되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선택은 순전히 김 지사의 영역이다. 구조적 모순이나 부조리까지 이어받을 수 없다는 단호함, 그같은 전제가 없어서는 경남은 물론이고 김 도정의 미래도 순탄할 수 없다. 특검과 관련한 주변 환경이 여의치 못해 아무 거리낌 없이 취임 소신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점이 이해되지만 사람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기를 잃으면 지지자들도 등 돌릴지 알 수 없다. 경남지방자치 사상 첫 성공사례를 기록한 진보정당 도지사로서 그에 걸맞은 카리스마의 출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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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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