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진행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임무
현실엔 사법·기무사·최저임금 등 해당

퀘스트(Quest), 사전적 의미로는 뭔가를 찾고 바라는 일이다. 흔히 '임무'라고 번역한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경험했다면 매우 친숙한 용어다. 역할수행게임(RPG·롤플레잉게임)만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게임에서도 많이 활용한다. 누구를 만나 대화하기, 무언가 전달하기, 사냥하기, 수집하기, 보스 몬스터 처치하기 등 게임 퀘스트의 내용은 다양하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보상을 받는다. 어떤 퀘스트는 보상을 포기하고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퀘스트는 수행하지 않으면 보상을 못 받는 것만이 아니라 게임이 이후 단계로 진행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한 퀘스트를 '메인 퀘스트'라고 한다. 게임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퀘스트다. 메인 퀘스트 이외의 것은 서브 퀘스트라고 한다.

수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연결돼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 MMORPG에서는 캐릭터의 종족과 직업에 따라 메인 퀘스트의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시작하는 위치, 진행한 경로가 다르다. 그러다가 궁극에 가서 퀘스트의 목적이 같아지기도 한다. 바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할 때다. 다양한 이유와 내용으로 진행했고, 보상도 서로 다르지만, 행위의 목적은 일치한다.

우리 사회도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다.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전직 두 대통령은 보스 몬스터였다. 촛불을 무기로 수백만의 시민이 모여 퀘스트를 수행했다. 탄핵과 구속, 이 두 퀘스트는 완료했다. 그것을 완수하지 못했다면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진행될 수 없기에 메인 퀘스트다. 자, 이제 게임 끝? 아니다. 게임도 대규모 패치를 통해 수십 년을 진행하는데, 현실의 끝이 있을 수는 없다.

퀘스트의 종류는 다양하다. 보스 몬스터 처치보다 더 어려운 퀘스트들이 있다. 한 단계 레벨업이 된 우리 사회에 그에 걸맞은 높은 난도의 퀘스트가 열렸다.

먼저, 사법개혁 퀘스트다. 양승태 씨는 대법원장의 퀘스트를 포기하고 상고법원 설치라는 개인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사법계를 심각하게 오염시켰다. 보스 몬스터 처치만으로 완료될 퀘스트가 아니다. 보상은 고사하고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으면 매우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군대도 어려운 퀘스트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것이 군대의 메인 퀘스트다. 그런데 지난 정부 때 기무사를 중심으로 계엄령을 모의했다. 박근혜의 탄핵이 기각되면, 촛불을 든 시민들이 폭도로 변할 것이고,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시민을 무력 진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직도 우리 사회, 우리 군대에 쿠데타를 실행 가능한 선택지로 여기는 무리가 있다. 이들을 소탕하는 퀘스트,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퀘스트들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자영업자와 '알바'들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 자영업자, 누구에게도 '좀 양보하라'고 요구하기 어렵다. 다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처지다. 여성들의 성난 목소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몇몇 일탈의 사례들이 침소봉대되며 혐오와 증오가 증폭되고 있다. 보상을 포기하고 넘길 수 있는 서브 퀘스트가 아니다. 수행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성장하지 못하는 메인 퀘스트다. 게다가 시간제한이 있어서,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체력'이 깎이는 시급한 메인 퀘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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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도대체 뭣이 중허냐고?" 영화 <곡성>에서 나와 유명해진 말이다.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만 줍지 말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탄핵과 구속이 조개일 수 있다. 게임에서 이미 수행한 퀘스트는 저레벨 퀘스트가 된다. 새로운 레벨에서 열리는 퀘스트가 난도도 높고 보상도 크다. 새로 열린 우리 사회의 메인 퀘스트,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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