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전기요금, 전력 대란 주범
20% 인상해도 물가 영향 안 미쳐

2014년 일본 '히구치' 판사는 오이원전 3·4호기 재가동 불허 판결을 내리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의 생명권, 안전권에 우선하지 못한다. 사용후 핵연료 보관은 격납용기 수준으로 보관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고 지진대비도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재가동하지 않으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원전회사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54기 모두 가동을 멈췄다. 전체 전력의 30%를 담당하던 원전이었다. 7년이 지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9기에 불과하다.

일본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전기요금이 19% 인상됐다. 그런데 독일은 같은 기간 21% 인상됐다. 두 국가 모두 원전 가동이 현저하게 축소된 국가이다.

미국의 전체 전기요금 인상률이 평균 20%인데(2007∼2017년) 원전 비중이 가장 높은 애리조나 주의 인상률이 26% 였다.

그런데 프랑스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전기요금이 44.6% 인상됐다. 원전 비중이 75%인 프랑스가 비숫한 기간 훨씬 큰 폭으로 인상된 것이다.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 전기요금이 폭등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원전의 발전단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산정하면 그럴 수 있다.

지난 6월에 발표한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1998년부터 발생된 대형핵폐기물 처리 비용을 원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사고를 대비한 보험도 터무니없이 낮게 가입하는 등 엉터리로 원가를 계산하면서 원전이 싼 에너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전기를 펑펑 낭비하고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근본적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기업용 전기요금이 전력 수급 대란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기업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물가를 올린다는 이유를 댄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5% 수준이다.

2001년에는 1.6%였다. 20% 인상해도 그 비중은 1.8%에 불과해 경쟁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실지로 무는 전기요금은 많지 않아 물가 인상과도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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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감사원은 대기업에 적용한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때문에 한전이 입은 손해가 5조 원(2008∼2011년)이라고 발표했다. 이 5조 원은 미래 세대가 부담하는 것이다. 수백 조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에 가난한 국민들과 미래 세대가 5조 원을 보태주는 꼴이다.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현실화하면 독일이나 일본의 두 배 가까운 대기업의 전기소비가 당연히 줄어든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게 되고 재생에너지 설치비가 떨어진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국민들은 핵없는 안전한 사회에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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