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사업 두고 대립·농성, 2년 전 의회 조정사례 있어
이번에도 해결 나서 주목

창원시의회가 다시 한 번 시 행정과 장애인단체 간 갈등 중재자로서 역량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현재 창원시청 내부는 매우 어수선하다. 장애인 단체가 허성무 시장 취임과 함께 시청 안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어서다.

총 12개 단체가 소속된 '창원 장애인인권 확보 공동투쟁단'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청 1층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사업 공모를 하면서 창원시가 서류를 변조했고, 특정 기관에 유리하게 채점 기준표를 변경했다"는 이유에서다. 공고문은 창원시 관내 교육 실적만 제출하게 돼 있으나 밀양시에서 시행한 사업을 실적 서류로 올린 단체가 공모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시가 특정 단체에 많은 점수를 주려 채점 기준표를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시는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공모 선정 단체는 창원에서 수행한 교육 실적 자료를 첨부했고 심사는 심사위원 재량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는 반대로 "장애인 단체에 감사 청구는 물론 행정심판, 그리고 제3자를 통한 검증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투쟁단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가 저지른 불법이 있다면 담당 공무원 징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 표현이었다.

이렇게 양측 모두 날 선 대립각만 세운 채 오늘(16일)로 19일째를 맞는 농성은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중재자로서 창원시의회 역할에 눈길이 쏠린다. 2년 전 시의회가 집행부와 장애인 단체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3월 창원시가 100대인 창원시 교통 약자 콜택시 수를 54대로 줄이려 하자 장애인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시는 법정 대수(50대)보다 2배 많은 운영으로 운영 비용이 증가하는데도 수지율이 9.3%에 불과한 콜택시를 과다한 복지시책으로 보고 예산 감축 등 재정에 맞는 운영 방안 모색에 나섰다. 그러자 장애인 단체는 현행 100대도 현장 수요를 따르지 못한다며 시청 앞 노숙 농성에 들어갔고, 이후 협의 과정에서 콜택시를 현행보다 100대 더 늘리는 등 요구를 했다.

노숙 농성이 보름을 넘기는 등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시 시의회 야권·무소속 의원 모임인 민주의정협의회가 중재에 나섰다. 먼저 장애인 단체와 간담회를 한 이들은 집행부와 장애인 단체, 협의회 대표단이 참여하는 협상 자리를 만들었다. 이후 하루 두 차례 자정까지 가는 마라톤 회의를 연속한 끝에 시와 장애인 단체가 각각 자신들 주장에서 한발 물러난 타협안을 도출하면서 사안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노숙 농성 20일 만이었다. 시의회는 양측 사이에서 갈등 중재와 행정 체계 개선을 이끌어내며 시민에게 존재 이유를 알렸다.

이 같은 전례를 교훈 삼아 제3대 통합 창원시의회도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이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한은정(상남·사파) 의원은 대표단과 함께 장애인 단체를 방문한 데 이어 시와 대책을 논의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민주당 대표단은 17일부터 열리는 제77회 임시회에서 경제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중심이 돼 갈등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관련 업무보고를 들은 후 시 공모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장애인 단체가 혹 오해를 할 만한 행정 행위가 없었는지 살필 방침이다. 그다음 중재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한은정 대표는 "현재 시의회 의석 비율은 정쟁이 아닌 정책 경쟁을 요구한다고 본다"며 "이전 야권 시절 경험을 살려 시민 눈높이에서 합리적인 판단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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