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내년도 시간당 8350원으로 10.9% 인상
노사 모두 "비현실적" 반발…산정방식 개선 요구

최저임금을 둘러싼 소상공인 반발이 역대급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문제시하며 '극심한 빈부 격차 해소'라는 정책 근본 방향까지 흔드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내년 10.9% 인상…정부 이외 경제주체 모두 반발 = 14일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소상공인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월급 174만 5150원·월 소정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결정하자 입장문을 내고 '소상공인 모라토리엄'을 실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법정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용주와 노동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확산하겠다고도 했다.

노동계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파기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한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 범위 재조정(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으로 넣음)으로 내년 최저임금 실제 인상률은 2%대 초반에 머물러 '저임금 노동자 소득 강화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여당과 국회가 일방적으로 재조정한 것에 반발하며 이번 결정 때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민주노총 중심 노정 간 대립 조짐은 참여정부 초기 철도노조 파업 이후 극한 대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 조정 능력이 중요해졌다.

◇사용자위원 전원 불참…노동계 "공약 이행 멀어져" = 소상공인연합회·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추천한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 9명은 역대 처음으로 결정 회의에 불참했다. 인상률이 결정되자 소상공인연합회는 곧바로 수용 불가 입장과 함께 법 위반 투쟁계획을 밝혔다.

경남소상공인연합회는 반발이 큰 이유가 크게 네 가지라고 했다. △제조업과 대형 유통업에는 기존에 있던 정기상여금과 실비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며 이들 반발을 사전에 무마시켜 사실상 역차별한 점 △소상공인에게 절실한 업종별 차등 적용을 별도 논의 없이 수용하지 않은 점 △30인 미만 사업장에 1인당 13만 원의 최저임금 보전금을 지원하지만 4대 보험을 넣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정책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점 등이다. 더 큰 문제는 내수 경기 침체라고 했다.

임진태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근 내수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소상공인이 지급할 여력은 갈수록 주는데 최저임금은 2년 연속 충격적인 수준으로 오른다"며 "서민 주머니를 채워 내수경기를 부양한다는데 바닥 경제는 거꾸로 간다. 돈이 돌지 않아 장사가 안 되는데도 임금만 강제로 자꾸 올리면 소상공인 보고 어쩌라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 원을 2020년까지 달성하려는 최소 인상률(15.3%)을 수정안으로 냈지만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희망적인 결과를 안겨주지 못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 창구 열려야 =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현재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이외 다른 보완책을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다. 노사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주요 현안을 얘기할 (사회적 대화) 논의 테이블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확대된 논의 테이블에서 재벌이 쌓아놓은 돈을 내수로 돌릴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효래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는 기존 잘못된 행정해석을 법대로 바로잡은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소득향상으로 급격한 빈부 격차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이 두 가지 정책은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며 "이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가 어느 정도 부담을 지는 것은 불가피한데 단기간에 영세한 자영업자와 제조업체가 타격을 더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을들의 전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노동정책은 정책대로 펴되 적절한 소상공인 정책도 함께 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공정한 거래 관계, 임대료·카드수수료 인하 등 소상공인이 체감할 만한 보완책을 적절하고 신속하게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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