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내용 때문에 짜증 유발
잘 대처 않으면 통제 못할 상황 될 수도

무더위와 장마가 반복되는 계절이 돌아왔다. 장마철이 되면 필자는 2005년 개봉된 일본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떠올린다.

이 계절에 비가 오면 죽은 여주인공이 영화에서처럼 다시 돌아올 것만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계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작은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 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오늘의 불쾌지수를 확인해 보지만, 그다지 위로받지는 못한다.

날씨 외에도 우리 주위에는 짜증나게 만드는 것들이 널려 있다. 급하게 어딜 가는데 꽉 막힌 도로, 귀가 얼얼하게 느껴질 정도의 사이렌 소리, 어디선가 나는 이상한 냄새 등 어지간히 둔감한 사람조차 짜증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것이다. KTX 열차 안에서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통화 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무시하려 애를 써도 자꾸만 나의 신경이 온통 통화내용으로 쏠린다.

2010년 미국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엠버슨 교수는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우연히 듣는 것이 왜 짜증을 일으키는지 연구했다. 엠버슨은 반쪽짜리 대화가 일반 대화나 독백보다 우리를 더 산만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코넬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은 컴퓨터 화면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점을 마우스 커서로 클릭하는 일이었다. 두 번째 실험은 네 개의 글자를 기억하고 있다가 화면에 그 네 가지 중 한 글자가 나오면 버튼을 누르는 일이었다. 두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반쪽짜리 대화가 들려오자 일반 대화나 독백에 비해 실험 참가자들이 더 많은 실수를 했다.

우리 뇌는 반쪽짜리 대화를 듣게 되면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나머지 대화 내용을 예측하려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반쪽짜리 대화를 이해하려면 일반 대화나 독백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내용 때문에 인지능력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짜증이 일어나고 주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의 처리능력이 떨어진다.

불쾌한 자극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경우도 많지만, 사람 그 자체가 짜증을 일으키는 자극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정작 짜증의 원인인 당사자는 자신이 '짜증 유발자'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지난 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군내 성폭력 근절 대책을 논의하는 간담회에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성범죄에 있어 당하는 여성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송 장관은 "여자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송 장관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식사 자리에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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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장관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럼에도 이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짜증이 치민다. 우리가 누군가의 무례함 혹은 어떤 부당함으로 인해 짜증을 느낀다면 나만의 방식으로 짜증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자. 짜증에 잘 대처하는 것은 더 큰 심각한 불쾌감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짜증이 쌓이면 분노가 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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