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간 자취방 비우는 학생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재임대'
집주인 동의 구하지 않으면 불법…손해 발생땐 원 세입자 책임져야

방학기간을 맞아 대학가에서 방을 단기 임대하거나 직거래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집주인 몰래 하는 이중계약은 불법이지만 학생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며 재임대를 하고 있다.

창원대 인근에서 임대업을 하는 박모(53) 씨는 최근 일면식도 없는 학생이 원룸에 거주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씨는 임차인이 방학을 맞아 고향인 부산으로 간 사실을 알고 있어 주인 없는 집에서 나오는 학생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학생은 빈방을 두 달간 쓰기로 하고 30만 원을 지급했다며 박 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박 씨는 "옵션이 다 갖춰진 집인데 얼굴도 모르는 학생이 매일같이 그 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기에 물었더니 임대료를 내고 쓰고 있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면서 "나도 모르게 개인 거래를 했다니 당황스럽다. 이 학생이 방을 쓰다 안에 있는 시설물이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게시판을 살피며 지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취업준비생이 기숙사 생활을 정리하고 단기간 지낼 곳을 마련한 것이다. 박 씨의 원룸 원 계약자 이태영(25) 씨는 "월세 계약을 연 단위로 하다 보니 쓰지 않아도 방값이 나가게 돼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재임대를 내준 것"이라며 "주변에서도 단기 임대를 내고 집을 비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대학가 거주 학생들의 단기 원룸 전대차(재임대)가 느는 이유는 다양하다. 방학 때 본가에 가 있거나 단기 어학연수, 외국 배낭여행, 교환학생 등으로 자취방을 비워두는 학생들은 원룸 전대차를 하고 있다. 전대차 거래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다시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보통 월세 계약을 1~2년 단위로 한다. 방학 동안 방을 비워도 월세를 내야 하는 임차인과 잠시 대학 근처에서 생활하며 방이 필요한 이들의 처지가 맞아떨어져 생긴 대학가 신 풍속도다.

그러나 전대차는 불법이다. 현행법상 세입자는 집주인 동의 없이 집을 임대할 수 없다. 세입자가 타인에게 집을 임대할 때는 반드시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서 발생하는 손해와 책임은 원 세입자가 져야 한다.

창원대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전대차를 희망하는 학생이 많다는 소리는 종종 듣는다. 서로 입장이 맞아떨어져 행해지는 경제행위지만 불법행위"라고 했다. 채현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국장도 "집주인 동의 없이 전대차 거래가 이뤄지면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거나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며 "반드시 집주인의 동의를 받은 후 거래를 하고 수수료가 들더라도 공인중개사를 통해 정상적인 전대차 계약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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