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정 교육과정 따라 초중교에 연극 단원 개설 고교에는 선택 과목으로
올해 함안교육청 시범사업 상반기 8개 학교 발표회 문제 해결력·팀워크 키워 학생·교사 만족도 높아

내년부터 초·중학교 교육 과정에 '연극' 단원이, 고등학교에는 '연극' 선택 과목이 신설된다. 이는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연극교육 강화로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려는 것이다. 내년 적용에 앞서 함안교육지원청은 '2018년 아라 얼 짱! 교육연극 프로젝트'를 기획해 올해 1월부터 16개 전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연극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5·6일 함안문화원에서 열린 발표회는 함안극단 아시랑의 전문 강사를 학교에 지원해서 한 학기 동안 운영한 연극교육의 결실이다. 상반기에는 문암초·군북초·외암초·월촌초·산인초·중앙초·예곡초·대산초교 등 8개 학교 학생들이 각본, 기획, 캐릭터 연구, 무대 연출 과정 등 전 과정에서 함께 호흡했다. 발표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학생 한 명 한 명 대사와 몸짓에 웃음 짓고 격려하며 큰 호응을 보였다. 관심 있는 일부 학생들이 참여하는 동아리 형태가 아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에 당당히 입성한 연극, 그 이유를 살펴봤다. 

#등굣길에서 돈을 주운 현철이와 영우. '선생님께 드릴까? 에이~ 누구 돈인지도 모르는데 뭐….' 주운 돈을 나눠 가지다 친구 호빈이와 중학이에게 들키고 말았다. 이 돈이 같은 반 친구 새암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호빈이와 중학이는 현철이와 영우를 괴롭히고 협박한다.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까지 돈을 주워 감춘 사실을 알게 되는데….

지난 6일 함안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아라 얼 짱! 연극 발표회'에서 함안 중앙초등학교가 공연한 <삼봉산의 아라깨비> 중 한 장면./박일호 기자

산인초교 5·6학년 학생들은 학내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아이들 시선에서 풀어낸 <하나되는 아라 얼>을 선보였다.

무대에 오른 감희진(6학년) 학생은 "기본 틀은 선생님이 구성했지만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의견을 더해 수정했다. 예를 들면 친구들이 주운 새암이 돈이 우윳값이었는데 현실과 맞지 않아 용돈으로 수정했다. 대사량에 따라 배역을 정하고도 교체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희진 양은 가장 인상에 남는 대사로 "이건 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야, 그 애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우리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거라고"를 꼽았다. 상황 설정을 통해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됐고, 해결하는 방법을 어렴풋하게나마 터득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그 이유다.

#천하건달 흥부는 조상이 물려준 재산을 탕진하고 아직도 한탕을 기대하며 일확천금을 꿈꾼다. 형 놀부 집으로 동냥을 가지만 놀부는 게으른 흥부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 얼마 후 놀부는 흥부가 상가 금고를 가져와 큰 부자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데….

▲ 함안 대산초등학교가 공연한 <뒤집기 흥부전>의 한 장면./이혜영 기자

그동안 알고 있던 흥부전에서 놀부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자 한 <뒤집기 흥부전>은 대산초교 3·4학년이 참여한 작품이다. 방자 역할을 한 박수빈(4학년) 학생은 "오디션과 투표를 통해 정한 배역을 중간에 바꾸는 등 연극을 통해 갈등과 문제 해결력을 배웠다. 이렇게 바꾸면 어때요? 라고 계속 물었고, 사소한 손짓 하나하나 아이들과 의논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무대에 눈에 띄는 조연이 있었다. 대산초교 3학년 정미자 할머니다. 흥부 부인 역으로 한탕을 노리는 흥부에게 바가지(?)를 긁는 연기를 실감 나게 했다. 정은숙 교사는 "잘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점심때에도 연습하자고 제안하고, 반 학생 모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 연극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출발! 함안역>을 공연한 예곡초교 학생들은 상반기 연극 발표학교 8곳 중 유일하게 1·2학년이다. 코끼리, 호랑이 복장을 한 저학년 학생들 움직임과 목소리는 연방 웃음을 자아냈다. 환경 파괴라는 묵직한 주제를 학생들 시각에서 표현했다. 강아지 역을 맡아 연극 초반부터 끝까지 무대를 이끈 이서우(2학년) 학생은 "대사가 적은 코끼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 계속 연습하는 게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더 친해졌고, 다음번에 또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함안 예곡초등학교가 공연한 <출발! 함안역>의 한 장면./박일호 기자

<사랑의 빛>을 공연한 월촌초교는 13명 전교생이 모두 참여해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수반 아이 2명도 '별' 역할을 맡아 묵묵히 자기 역할을 잘 해내며 팀워크를 자랑했다.

학예회나 연극동아리 공연을 하는 학교는 많지만 지역 내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극단과 체계적으로 수업하고, 발표를 한 것은 함안교육청이 처음이다. 연극을 수업 속으로 끌어본 주체들이 바라본 연극교육의 효과는 구체적인 성과로 나왔다.

함안교육청 조순금 장학사는 "학교마다 토론 수업을 강조하지만 이 역시 말 잘하는 학생들 위주로 진행된다. 연극은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욱 친밀함을 느끼며 장면 하나를 놓고 자연스럽게 치열하게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연극교육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주 2회 수업을 기준으로 3개월 총 24회 교육 활동을 한 함안극단 아시랑 손민규 대표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끈 하나로 높은 산과 흘러가는 물을 표현하는 연극 기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연극을 배울 기회가 됐다. 음향 문제로 녹음해 공연하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끼고 긴 대사를 하는 경험은 학교 무대와도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도 함안문화예술회관 등 더 큰 무대에서 학생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둘숙 교육장은 연극을 학교 수업에 꼭 필요한 종합 예술로 인식했다. 최 교육장은 "내년 연극 단원 도입을 앞두고 준비단계로 아라 얼 연극 발표회를 기획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중심과 주변, 적극적인 아이-소극적인 아이 등 신나게 놀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인성 교육이 연극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2014년부터 학교 연극동아리 사업을 운영해 학교당 4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도내 250여 명 예술 교과 교원을 대상으로 감수성을 북돋아줄 수 있는 예술 공연과 전공 실기 등을 바탕으로 한 체험형 연수를 8월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극 부문은 교육연극의 효과, 감정 대사 표현, 캐릭터 구현, 장면 만들기 등 연극기법 연구, 연극 교육의 실제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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