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2018 싱글채널비디오 Ⅰ'전 리뷰
쉼 없이 흐르는 영상
줄거리·메시지 불분명
난해한 이미지 매개
작가와 만나는 재미 쏠쏠

싱글채널비디오:하나의 화면으로 송출하는 영상 작품. 화면 수에 따라 투채널비디오, 다채널비디오로 말한다.

◇작가 5명이 내놓을 실험적 영상물

경남도립미술관 1층 영상전시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쉴새 없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2008년부터 싱글채널비디오 전시를 열고 있다. 매년 실험적 영상을 발굴해 소개한다.

올해는 작가 5명의 작품을 한 달씩 개인 상영회 형식으로 보여준다. 그 첫 번째로 김미라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2018 싱글채널비디오 Ⅰ'전이 지난달 26일 시작했다.

하나의 화면에서 도전적이고 다소 낯선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드물다. 가끔 설치미술 형태로 전시장 한 편에서 싱글채널비디오를 볼 수 있을 뿐, 경남도립미술관처럼 꾸준히 새로운 영상을 선보이는 곳은 많지 않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싱글채널비디오 아트가 전시를 통해 조금은 친숙한 예술 장르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가 되려는 발> 한 장면. /경남도립미술관

◇인간의 일방적인 시선 말해

싱글채널비디오는 낯설다. 새로운 영상을 실험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라 드라마나 영화처럼 줄거리와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다. 앞뒤 흐름도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싱글채널비디오의 매력이다.

김미라 작가의 영상을 볼 수 있는 경남도립미술관 1층 영상전시실 입구에도 '현재 상영작 내용이 다소 난해하여 중학생 이상 관람을 권장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혹시라도 당황할 관람객을 위해 싱글채널비디오의 특징을 미리 알렸다.

김 작가는 <새가 되려는 발>(2013), <침묵은 금이다>(2017), <시녀들>(2016), <오락제공자>(2017) 등 네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마다 약 4~6분 상영된다. 작품 하나당을 따지면 상영시간이 길지 않지만 모든 작품을 보려면 20분 정도 소요된다.

관람객은 영상전시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네 작품 가운데 어떤 작품을 먼저 접할지 모른다. 또는 작품 중간부터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다. 일반 영화와 다른 영상 문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묵은 금이다> 한 장면. /경남도립미술관

<새가 되려는 발>은 몸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작가가 자신의 몸짓을 사실 그대로 기록했다.

초록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두 발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발은 꿈틀꿈틀 댄다. 마치 새처럼 날갯짓을 할 모양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다 두 발에 집중하게 된다. 혹시 갑자기 날아오르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든다. 시간이 꽤 흘렀다. 그림자가 달라졌다. 갑자기 두 발이 격하게 움직인다. 잠시 후 두 발은 화면 아래로 서서히 사라진다.

작가는 몸이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이 자신이라는 주체와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시녀들>, <오락제공자>도 자연 속 동물을 소재로 공간을 말한다. 연작인 두 작품은 자연이라는 공간을 인간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시녀들>은 작가가 미국 뉴욕 레지던시 기간에 숲 속 작은 공간에서 생활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숲 속에는 망원경과 거울이 놓여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슴 등 동물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동물들은 자유롭게 등장한다. 가끔 망원경과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이때 관람객의 시선과 마주치게 된다.

<오락제공자>도 망원경이 그대로 등장한다. 여기에다 아파트 단지처럼 도시의 이미지가 교차한다. 또 동물인형뽑기방, 곰인형 탈을 쓴 사람들, 로드킬 등 영상을 보여주며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현대사회에서 자연은 도구가 되며 게임처럼 가벼워지고 유희적 소비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침묵은 금이다>는 다른 작품보다 더 실험적으로 느껴진다.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가 어지럽게 등장한다. 짧은 장면이 갑자기 쏟아지고 충돌하며 눈과 귀 등 오감을 자극한다. 맥락이 없어 혼란스럽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미지는 멋스럽거나 아름다운 대신 우스꽝스럽고 민망하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이야기 위주의 작업이 아니다. 여러 이미지가 충돌하는 경험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메시지를 알고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이미지 하나, 장면 하나가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편함 대면하는 태도

싱글채널 비디오는 회화나 조각 등 다른 장르와 달리 아주 복합적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가 관심을 기울이며 조금씩 도전하고 있다.

김미라 작가도 미국, 일본 등에서 회화와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그러다 2013년부터 매체에 관심을 두며 전시를 열 때마다 한 작품씩 선보였다.

도내에서는 지난 5월 김해문화재단과 안산문화재단의 교류전 '인터시티(INTER-CITY)'가 열린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설치 작품으로 영상을 내보였다.

<시녀들> 한 장면. /경남도립미술관

김 작가는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처럼 전문 상영관에서 네 작품을 한 번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남도립미술관은 11월까지 작가 4명의 작품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

낯섦이 평범함을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불편함을 감내하며 대면할 수 있는 태도, 불편함을 즐기는 마음도 미술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2018 싱글채널비디오 Ⅰ'전은 22일까지. 문의 055-254-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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