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창원시장이 각종 위원회 신설을 발표하면서 시정의 방향 역시 가닥이 잡혀간다. 민선으로 처음 선출된 민주당 출신 시장이 전임 시장과 다른 행보를 보이려고 새로운 위원회 설치에 더 적극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에도 무수히 많은 위원회가 설치되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운영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던 경험을 곱씹어 보면서 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허 시장은 앞으로 4년간의 집권 로드맵을 만들 '새로운 창원위원회'와 '지역경제발전위원회', '남북교류협력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해 현재 창원시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해 보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다. 게다가 중앙정부의 사례를 본뜬 '공론화위원회'와 '시민갈등관리위원회', '정보공개심의위원회' 등의 설치는 특정인의 필요가 아니라 시정운영에 시민들의 의사를 중심으로 하여 결정하고 집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정운영에 각종의 위원회 설치가 필요한 이유는 시민들의 의견 제시와 더불어 각종 전문가 집단의 조언으로 공적인 조직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위원회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 모두가 인정한다 하더라도 위원회의 운영에서는 항상 다른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특정 조직이 지닌 규모와 체계를 무시한 기구의 설치는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번거롭게 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광역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집행하던 방식을 기초 지자체에서 모방하여 실행하려고 하면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전임 안상수 시장시절 설치된 각종의 위원회가 애초부터 나쁘거나 잘못된 의도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전문가 집단이 지닌 인적 자원의 한계, 역할과 임무의 불명확성 같은 부수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해양신도시사업 같은 대형 토목사업의 결정에는 시장의 의사 혹은 의지가 문제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행정운영과 결정을 중첩적으로 만드는 건 기초 지자체 수준의 지역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의지나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게 문제를 단순화하면서 제대로 해결하는 방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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