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의 교체 이후 맨 먼저 일어나는 변화는 주민들로서는 '불통의 상징'이 치워지는 것이다. 자치단체 청사 앞 공간의 구조를 보면 단체장이 주민을 대하는 생각이 드러난다. 그것을 빈 곳으로 두어 시민들의 공간으로 활용하게 하는 단체장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집무실 안으로 시위자의 목소리가 들어오거나 청사 입구가 집회 공간이 되는 것을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권위적인 단체장도 있다.

지난 몇 년간 경남도청과 창원시청 앞마당은 주민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홍준표 전 도지사와 안상수 전 시장 재임 당시 집회 방지를 위해 각각 100여 개의 화분이 놓였다. 그러나 홍 지사 사퇴 이후 화분은 철거되었고, 창원시는 지난해 시의회의 문제제기로 일부 치워졌다가 허성무 시장 당선 이후 모두 치워졌다. 현재 도청과 시청 입구에는 모두 집회가 있거나 농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다. 천막농성장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전임 지사와 시장 때와 달리 공무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을 걱정하지 않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내친김에 창원시청 현관 입구의 사각 화단도 철거되었으면 한다. 부산시청 시민광장의 경우 서병수 전 시장 재임 시절 설치한 화분과 화단으로 집회가 불가능한 곳이었지만, 오거돈 신임 시장은 모두 철거하고 시민에게 광장을 돌려주었다.

도청 앞에 화분이 없던 김두관 전 지사 시절 도청 정문 앞에는 장애인단체나 농민단체의 농성이 상시로 일어났다. 누군가는 장기간 설치된 천막을 불편하게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과는 처지나 생각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가로막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그 목소리가 광장을 채울 경우 역사가 바뀌기도 한다. 창원시청 앞 원형 광장을 비롯하여 전국의 자치단체 청사 앞 너른 공간을 메운 촛불 덕분에 정권 교체는 불가능한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었다. 시청 앞 광장이 광장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곳이라면 청사 입구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일상적으로 나올 수 있게 보장돼야 한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차후 소통 의지나 민주주의 소양이 부족한 단체장이 당선될 때 다시 청사 앞 공간에 손대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조례 제정을 통해 못박아두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